이용호 의원, 승무원 업무규정 분석
코레일, 립스틱 색·손톱규정까지 SRT도 눈 화장 색, 볼터치 시시콜콜 제주항공 "속눈썹 인위적이지 않게" 티웨이 "외국에서는 민낯 금지"
외국 항공사는 용모규정 폐지·완화 국내 철도, 항공사가 승무원에게 업무의 본질을 넘어선 과도한 용모 규정을 운용하고, 특히 여성 승무원에게 립스틱 색깔, 야간 화장 등 더 세밀한 의무 규정을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1일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한국철도공사, 수서고속철도(SRT), 국내 항공사별 승무원 업무 매뉴얼’은 대부분 화장은 물론 두발, 액세서리 착용 규정까지 별도로 기술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의 ‘전동열차 승무원 업무 매뉴얼’은 “여성은 반드시 메이크업을 해야 한다. 특히 야간 및 새벽 근무 시간에도 립스틱, 눈썹 등 기본 메이크업은 한다”고 규정했다. 나아가 “립스틱 색상은 연한 레드, 핑크, 오렌지 계열로서 엷고 자연스러운 색상을 사용한다”고 제한할 뿐 아니라 “립글로스는 지워지므로 반드시 립스틱을 사용한다”고 명시했다. 손톱 관리 규율도 있는데 “손톱 끝 흰 부분은 2㎜ 미만의 길이를 유지”하며 “매니큐어는 살구색 계열의 연한 색 또는 투명 매니큐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식이다. 에스알티(SRT) 매뉴얼도 여성 승무원의 경우 “눈 화장은 핑크, 코럴빛 계열을 사용해야 한다” “볼터치를 반드시 할 것” 등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제주항공은 더 자세하다. 제주항공의 ‘객실 승무원 서비스 교범’을 보면 남성 승무원의 메이크업 규정은 3개인 것에 견줘 여성 승무원의 규정은 20개가 넘는다. “반드시 아이라이너를 사용하여 눈매를 선명히 보이도록 한다” “속눈썹 연장 시 너무 인위적이거나 너무 띄엄띄엄 있지 않도록 한다”는 식이다.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거나, 안질환으로 눈에 메이크업이 불가할 경우 팀장과 사전 면담을 하도록 한다”는 규정도 있다. 티웨이항공은 국외에 체류할 경우 “노메이크업(민낯)과 정돈되지 않은 헤어는 금한다”고 명시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여성 승무원의 용모 규정 의무화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도 계속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2012년 “(여성 승무원의) 치마 길이, 귀걸이 크기, 매니큐어 색상, 머리에 꽂는 실핀 개수까지 규제 대상”이라며 이 같은 성차별적 관행을 시정해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바 있다. 국외 항공사들은 여성 승무원의 용모 규정을 완화하는 추세다. 아일랜드항공은 올해 여성 승무원의 화장 의무 규정을 폐지했고, 영국 버진애틀랜틱 항공 역시 여성 승무원에게 화장과 치마 착용을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이 의원은 “새벽이나 밤에도 여성 승무원에게만 반드시 메이크업을 하도록 규정한 것은 문제”라며 “과도한 메이크업 의무와 업무 효율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성차별이나 성상품화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며 “승무원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 조항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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