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스캔 만으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당시 마윈(馬雲) 회장이 2015년 독일에서 열린 ‘전자통신전시회’ 기조연설에서 안면 인식 지불 시스템을 발표했다. 큰 화제였다. 마 회장은 자신의 얼굴로 결제한 기념우표를 그 자리에서 독일 메르켈 총리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 중국서 시작된 '안면 인식 결제 시스템' 그리고 4년 뒤, 마윈의 말이 중국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의 앤트파이낸셜은 지난 4월 오프라인 얼굴인식 지불 기기 ‘칭팅(Qingting)’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발표했다. 한국의 네이버 같은 중국 최대 온라인 기업 텐센트도 얼굴인식 지불 시스템 ‘칭와(Qingwa)’를 상용화시켰다. 중국 제과점 체인인 웨이둬메이(味多美). 이 업체는 얼마 전 베이징에 있는 300여 개 매장에 알리바바의 최신 안면 인식 지불 기기를 설치했다. 웨이둬메이 측은 중국 봉황망과의 인터뷰에서 "손님이 직접 결제할 수 있다"며 "현금 계산원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어 업무 효율이 대폭 향상됐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결제하는 데 평균 10초 정도 걸린다고 한다. 베이징에 있는 모든 KFC 매장에도 안면 인식 지불기가 도입됐다. 안면인식 결제를 하려면 먼저 알리바바 전자결제 어플(APP)인 알리페이에 들어가 ‘칭팅’을 누른 뒤 자신의 얼굴 사진을 등록해야 한다. 이후 안면 인식 지불 기기가 설치된 매장에서 물건을 고른 뒤, 계산대로 가 바코드를 찍고, 안면 인식 장치 앞에 서기만 하면 된다. 인식 장치가 얼굴 일치를 확인한 뒤 결제 비밀 번호를 누르면 돈이 지불된다. 물론 알리페이에 본인의 은행 계좌가 등록돼 있어야 하는데, 현재 중국인들 중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안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미 지불 계좌가 알리페이와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상하이에선 안면 인식 지불 기기를 설치한 무인 매장까지 등장했다. 가전제품 판매점인 수닝(Suning) 상하이 매장은 안면 인식으로 결제하는 첫 무인 매장이다. 고객은 얼굴을 카메라에 인식시킨 뒤 매장 안으로 들어가 구매하려는 제품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상하이 매경망(每經網)은 고객들이 대기하지 않고 편하게 물건을 구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편리하다고 보도했다. 업체 입장에선 고객 흐름을 분석할 수 있고 실제 판매 전환율 등도 분석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알리페이 측에 따르면 기존에 저장한 사진 이미지와 지불 당시 얼굴 이미지를 비교하는데, 인식 성공률은 99.9% 수준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선 공항, 열차, 지하철 등 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 안면 인식 지불을 할 수 있는 기기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안면 인식 지불'...실제 이용 고객 수 적어 “안면 인식 지불은 몇 단계를 더 넘어야 할까.” 비판 기사를 찾아보기 힘든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올라온 기사 제목이다. 안면 인식 지불에 대한 현장의 불만이 담겼다. 가장 큰 문제는 시민들의 이용률이 낮다는 것이다. 상하이의 한 식당 지배인인 주(祝)씨는 올해 초 본격적으로 보급될 당시엔 안면 인식 지불 방식에 대해 호기심과 기대가 컸다고 한다. 특히 알리바바 측이 파격적인 판촉을 펼쳤다고도 했다. 안면인식 지불기기 가격을 보조금을 통해 60% 가량 할인해 줬다는 것이다. 주씨는 “판촉 프로모션이 좋았고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할 경우 일종의 캐쉬백까지 준다는 얘기를 듣고 가게에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이용하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또다른 식당 관리자인 딩씨는 기계를 설치하고 난 뒤 첫 일주일간 결제 금액은 320위안(한화 5만4400원)에 그쳤다고 말했다. 기존 휴대전화에 있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이용해 QR코드 결제를 하는 손님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딩씨는 “휴대전화 지불 방식은 지갑을 들고 다니는 번거로움을 없애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안면 인식 지불은 조금 다르다. 다들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데 그걸 두고 굳이 안면 인식을 해서 돈을 낼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상하이 편의점에서 결제를 마친 직장인 쉬씨는 신화망과의 인터뷰에서 “편의점 회원카드를 사용해서 결제하고 싶은데 안면 인식 지불에선 불가능하다. 포인트 적립도 안 된다”고 답했다. 한 커피전문점 직원은 안면 인식 기기의 잦은 고장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손님이 많은 시간대에 안면 인식 기기의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다. ━ "바이오 정보는 고유 정보...유출되면 피해 막을 수 없어" 더 큰 문제는 신상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다. 신화통신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얼굴 인식 지불 방식은 개인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지문이나 비밀번호 등을 전부 외부 기기와 서버를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개인 정보 유출 위험성이 크다”고 전했다. 장탄지엔(長談劍) 상하이 정보보안산업협회장은 “바이오 정보는 수정할 수 없는 개인 고유 정보이기 때문에 거래 인증 수단으로 사용되다가 데이터베이스의 유출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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