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성인 남성까지 고통 호소했지만…주최측은 "돌진하자" 선동] | 3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진행된 '조국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에서 주최측이 경찰 벽 방향으로 손짓하며 시위대를 이동시키고 있다./사진=방윤영 기자 |
"우리는 평화 집회입니다. 경찰 벽 밀지 마세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조국 사퇴'를 요구하던 범보수 단체는 평화를 외치면서도 폭력 시위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급기야 한 남성은 휘발유까지 들고 집회 현장에 나타났다.
'비폭력 평화시위'를 표방하던 이들은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돌변했다. 집회를 종료하기로 예정했던 저녁 7시 주최 측은 "청와대로 돌진하자"며 집회 참가자들을 경찰 벽 앞에 세웠다. 시청역 인근에서 집회를 하던 석방운동본부 집회 참가자들까지 합류하며 세를 키웠다. 북을 두드리며 참가자들을 더욱 흥분시켰다.
집회 참가자들은 몰려드는 인파에 이리저리 휩쓸렸다. 곳곳에서 "밀지 마세요", "사람이 다쳐요"라며 만류했지만 주최 측은 더욱 북소리를 크게 울렸다. 경찰 벽 방향으로 손짓하며 사람들을 이동시키기까지 했다. 무대 위 설치된 간판에 쓰인 "평화 시위" 문구가 무색했다.
문제는 집회 현장에 70~80대 어르신들과 어린 아이까지 있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유모차를 타거나 부모의 목마를 타고 집회를 찾았다. 결국 초등학생 저학년으로 추정되는 여자아이가 고통을 호소해 바닥에 눕혀졌다. 성인 남성까지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 3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조국 사퇴'를 요구하던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다 경찰 방패를 뺏는 등 충돌을 벌이고 있다. /사진=방윤영 기자 |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 벽을 손으로 잡아 뜯으려 하거나 방패를 뺏었다. 경찰 벽은 시위대의 돌진에 휘청거렸다. 결국 46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주최 측은 부상자가 발생했다면서도 "가자", "(경찰 벽이) 뚫렸다" 구호를 유도하며 시위대와 경찰과의 충돌을 부추기기에 바빴다.
급기야 한 남성은 휘발유통을 들고 시위대로 돌진했다. 경찰이 급히 회수하지 않았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지 아찔했을 정도다.
현 정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집회의 목적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광기 어린 시위대의 모습은 본질을 잊게 할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