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노모(38)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없앴다. 노씨는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로 SNS에서 친구와 설전을 벌였다“며 ”친구가 너무 심하게 공격해 나도 할 말 못할 말 다 남겼는데, 더 이상은 정치문제로 친구를 잃기 싫어 SNS 계정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솔직히 마음에 앙금이 생겨 그 친구 얼굴을 어떻게 볼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에서 거주하고 있는 김모(78)씨는 최근 가족모임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을 옹호한 막내아들과 말다툼을 벌였다. 평생 아버지 말이라면 별 말 없이 순종했던 아들의 반발에 김씨는 말문이 막혔다. 그날 가족모임은 두 사람의 말다툼으로 20분 만에 끝났다. 하지만 김씨는 지금도 화가 풀리지 않는다. 당분간 가족모임은커녕 막내아들을 볼 생각조차 없다. 대한민국이 ‘조국 수호’ 파와 ‘조국 파면’ 파로 나뉘면서 인간관계가 깨졌다는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가까운 친척, 친구들끼리는 정치와 종교 이야기를 피했으나, 이 같은 불문율이 깨지고 서로 강하게 대립하면서 관계에 금이 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을 겪으면서 찬반을 떠나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특히 종전에 갖고 있던 윤리나 공정 개념이 무너지는 경험과 ‘네 편이냐 내 편이냐’ 식으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질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심리학자들은 확인이 불가능한 부정확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혼란을 경험하면 사람들이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경험한다고 말한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1956년 사회심리학자 페스팅거(Festinger)가 제시한 이론으로 태도와 태도, 또는 태도와 행동이 서로 일관되지 않거나 모순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인지부조화 현상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상호 모순되는 생각을 한쪽으로 정리해서 부조화를 피하려는 쪽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상식과 가치를 유지하면서 지지하던 진영을 이탈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선호하던 진영에서 내세우는 설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친구 또는 가족들과 정치문제로 설전을 벌이거나 싸움을 벌이는 것도 인지부조화 때문이다. 이 교수는 “사회비교 이론에 따르면 정보의 불확실성이 크면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 인지부조화로 인한 불편함을 벗어나려 한다”면서 “그러나 세대차이, 기존의 사상, 이념, 선호 진영이 다를 경우 필연적으로 대화과정에서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족이니까, 지인이니까 자신의 주장을 지지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생각보다 큰 의견 차이에 직면하면 다투게 되고, 자괴감과 후회가 들어 피로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태도는 나와 반대되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남에게 설득하려는 것을 멈추는 것”이라며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릴 수도 있다는 합리적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성숙함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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