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톰 화이트헤드 "벼랑 끝에 만난 CAR-T 치료제가 딸 살려" "신약개발 연구자들에 도움될 수 있도록 재단 설립, 연구비 지원 칼스배드=뉴스1) 이영성 기자 = "병원에서 치료 가능성이 없다고 했던 딸, 임상 중 투여한 한 신약으로 완치됐습니다." 최근 혈액암 완치 시대를 열며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카티'(CAR-T) 계열 신약 '킴리아' 애기다. 2017년 8월 미국서 세계 첫 CAR-T 신약으로 허가받은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의 '킴리아'는 임상 초기단계인 1상에서부터 이 같은 기적을 만들었다. 주치의도 가망이 없다고 봤던 7살짜리 여자 아이는 임상1상에서 혈액암 신약물질 '킴리아'를 투여받은 지 약 두 달 만에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 아이는 혈액암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 환자였다. 현재 건강한 14살 중학생이 된 에밀리가 그 주인공이다.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암 재발은 없었다. 에밀리의 아버지 톰 화이트헤드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19 세포&유전자 미팅' 콘퍼런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통해 "5살까지 건강했던 에밀리가 백혈병으로 상태가 매우 안 좋았지만 7살 때 세포치료를 받았고 결국 기적이 일어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킴리아'는 체내 면역 T세포가 암세포만 공격할 수 있도록 이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삽입해 만들어진 CAR-T 계열 첫 신약이다. 그 동안 다른 혈액암인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선 노바티스의 '글리벡'이 생존율을 90% 이상으로 높인 혁신약으로 칭송받았지만 림프구성 백혈병은 그런 약이 없었다. '킴리아'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 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2상에서 치료 3개월 만에 완전관해율 83%를 기록하는 유례없는 효과를 냈다. 결국 임상2상 단계에서 80%가 넘는 환자들이 에밀리처럼 암세포가 모두 사멸된 것이다. 완전관해 상태가 일정기간 지속되면 완치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에밀리는 백혈병과 사투를 벌이던 중 상태가 매우 안 좋을 때 '킴리아'를 만났다. 5살이던 2010년 5월, 에밀리는 급성 림프구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2012년 2월 골수 이식술을 앞두고 있었지만, 2011년 말 의료진은 상태가 너무 악화돼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 에밀리를 호스피스나 집으로 보낼 것을 권했다. 그러나 에밀리 부모는 당시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CHOP)에서 진행하는 CAR-T 요법 임상1상 소식을 듣고 2012년 4월 에밀리를 피험자로 등록시켰다. 유전자를 삽입한 T세포를 에밀리의 혈액으로 주입하는 것은 당시로선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에밀리에겐 마지막 기회였다. 에밀리는 6주 동안 격리상태로 이 과정을 거쳤다. 고통이 크다보니 의료진은 에밀리에 인공호흡기를 착용시킨 채 14일간 혼수상태를 유도하기도 했다. '킴리아'는 마침내 효과를 보였다. 그 해 5월 10일 에밀리 몸 속의 암세포가 사라졌음을 확인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아버지 톰 화이트헤드는 그때부터 신약 연구에 대한 신뢰를 크게 갖게 됐다고 한다. 화이트헤드는 신약 연구에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2014년 부인 카리와 함께 이를 자체 지원할 수 있는 재단을 설립했다. 바로 딸의 이름을 딴 '에밀리 화이트헤드 재단'이다. 톰 화이트헤드는 재단 설립과 관련해 "딸의 치료 과정을 보면서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전세계 환자와 그 가족들이 우리와 같은 결과를 얻도록 돕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밀리도 아버지와 함께 이 날 건강한 모습으로 행사장을 찾았다. 에밀리는 세포·유전자 신약을 연구개발하는 전세계 바이오기업 종사자들 앞에서 자신의 경험을 발표했다. 그는 "여러분은 저와 같은 아이들 수백명의 목숨을 살리고 있는 중"이라며 "계속해서 연구를 이어가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킴리아'는 아시아 국가에선 일본이 가장 먼저 허가를 내고 보험급여를 적용해 주목받았다. 우리나라는 한국노바티스가 현재 허가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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