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재판을 앞두고 있던 A씨는 유명 변호사를 전면에 내세운 L 로펌 광고를 접했다. 해당 변호사와 상담을 마친 A씨는 `한 줄기 희망`을 찾은 듯 했다. 일이 잘 풀릴 것이란 기대감에 수천 만원의 수임료도 지불했다. 하지만 막상 실제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A씨가 상담한 변호사가 아니었다. 황당한 A씨는 수임료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해당 로펌은 거절했다.

◇광고와 달리 변호사 임의 교체…서울변회, 조사 착수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최근 상임위원회를 열고 A씨가 진정을 제기한 L 로펌을 `성실의무 위반`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유명 변호사를 광고 전면에 내세워 거액의 수임 계약을 해놓고서는 의뢰인의 동의 없이 담당 변호사를 바꾼 것은 성실의무 위반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로펌이나 개인 변호사의 사건 처리에 불만 등이 있으면 의뢰인은 이들이 등록된 지방변호사회에 진정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양측의 화해를 도모하는 선에서 정리된다. 하지만 변회가 해당 진정을 조사위원회로 회부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사 결과 L 로펌의 성실의무 위반 여지가 크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 `얼굴 마담` 역의 변호사는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해당 로펌 역시 과태료 및 면책 처분 등을 받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L 로펌은 변호사 업계에서도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곳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면서 “해당 사안 말고도 몇몇 진정 제기 등 분쟁으로 잡음이 많았던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변호사 광고시장 과열 양상 …부작용 우려도 만만찮아

의뢰인과 로펌 간 이런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법률 시장 포화로 그만큼 수임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실제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합격자 수는 2012년 이후 매년 1500명 안팎이다. 8월 31일 기준 변협에 등록된 변호사 수는 2만7047명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로펌이나 변호사들이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광고비로만 수익을 내는 법률 플랫폼 `로톡`(Lawtalk)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 측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매출 4배 수준을 기록했다. 변호사 수 증가와 유사 직역 문제로 변호사 광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법률서비스 시장을 혼탁하게 할 공산이 크다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광고를 통해 의뢰인을 모으는 로펌의 경우는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고, 의뢰인 입장에서도 광고와 달리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에 불만을 표출할 여지도 크다”고 말했다. 대한변협 측은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서는 변협 내 광고심의위원회와 징계위원회에서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며 “내부에서 규제 완화와 부작용 최소화의 적정선을 찾기 위해 활발히 토론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