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예인을 앞세워 광고하는 유명 다이어트 업체가 부정적인 후기를 쓴 20대 소비자에게 법적 대응을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개인 블로그에 올린 후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지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소송을 예고한 이유인데요.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차상은 기자!
어떤 후기였길래 다이어트 업체가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겁니까?
[기자] 부산에 사는 20대 여성 박은주 씨가 쓴 후기를 다이어트 업체 측이 문제 삼았습니다.
박 씨는 1년 동안 다이어트 업체를 통해 체중관리를 받은 경험담을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올렸는데요.
자신의 사진도 첨부하며 자세한 후기를 남겼습니다.
살이 잘 빠지는가 싶더니,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요요현상'이 찾아왔고, 결국 체중감량에는 실패했다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박 씨가 이 업체에 쓴 돈은 2천만 원에 달합니다.
많은 돈을 들여 관리를 받았는데도 자신은 실패했다며 블로그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당부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업체 측이 박 씨를 상대로 '글을 지우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민사소송도 제기하겠다'는 경고장을 한 법무법인을 통해 박 씨에게 보내면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앵커] 소비자의 개인적인 의견인데도 업체가 글을 지우라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박 씨에게 글을 지울 것을 요구하고, 소송을 예고한 업체는 연예인들을 앞세워 광고하는 유명한 곳입니다.
그만큼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데, 박 씨의 후기 때문에 상담 예약이 취소되고, 일부는 환불까지 요구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이메일을 통해 취재기자에게 알려왔습니다.
후기를 남긴 박 씨에게는 경고장을 통해 '다이어트의 실패 책임을 회사 측에 전가하는 식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킬 수 있는 표현들은 모두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목도 있는데 이 업체가 브랜드 이미지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앵커] 후기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업체가 주장하면 무조건 글을 지워야 하는지, 궁금한 분들 많으실 텐데요.
법원 판례는 어떻습니까?
[기자] 업체 측이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후기를 지울 것을 요구한다고 해서 무조건 지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박 씨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니 대법원의 판례 하나가 확인됐는데요.
지난 2012년 대법원은 산후조리원의 부정적인 후기를 올린 소비자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비방할 목적이 아니라고 판단해 파기 환송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변호사의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강재신 / 변호사 : 소비자들 간에 제품이나 업체에 대한 의견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 인정된다면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서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 씨의 사례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인데요.
박 씨 또한 한쪽으로 편향된 후기만 접할 수 있는 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려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후기를 삭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다이어트 업체 측이 박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는데, 소비자의 권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