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만큼은‘슈퍼 손’에 필적하는 ‘슈퍼 황’이었다. 사이드로 출발하다가 경기 중 시시각각 포지션을 바꾼 황의조가 여러 배역을 완벽에 가깝게 수행해내며 소속 팀 지롱댕 보르도의 승리를 이끌었다.
보르도가 3일 오후 11시(한국 시각) 마트무트 아틀랑티크에서 열린 2019-2020 프랑스 리그 1(1부리그) 12라운드 경기에서 낭트 아틀랑티크에 2-0 승리를 거뒀다. 황의조가 1골 1도움으로 두 골에 모두 관여했다.
한글 유니폼을 입은 황의조가 리그 1 데뷔 이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현지 표기상 3-4-2-1 포메이션의 2선 왼 측면 공격수로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실제 육안으로 확인한 정확한 위치는 전반 보르도의 선제 골 이전까지 4-2-3-1의 왼 측면 공격수에 가까웠다. 왼 측면 아랫선에 위치한 베니토의 포지션이 윙백으로 보기 힘들만큼 내려섰고, 황의조 역시 수비에 비중을 싣는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황의조는 전반 중반을 넘을 무렵까지도 제대로 공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수비에 치중했다. 전반 22분 낭트의 프리 키커 아베이드가 오른쪽에서 시도한 강력한 크로스를 수비 가담에 나서며 블로킹하는가 하면, 29분에는 동료와 함께 협력 수비를 펼쳤다.
잠잠했던 황의조가 순간 기지를 발휘한 건 전반 36분이었다. 황의조는 보르도의 공격 국면에서 상대 왼 측면에서 공을 잡아 기회를 엿봤다. 이후 오른 측면에서 빠르게 달려오던 카마노를 보고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휘는 패스를 시도했다. 카마노는 황의조의 패스를 받고 오른발 로 슛했다. 그의 슛은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들어갔다. 절반 정도는 황의조에게 지분이 있는 득점이었다. 이 골 이후 황의조는 2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모하며 상대 수비 사이사이를 헤집었다.
선제골을 도운 장면은 서전에 불과했다. 황의조는 후반에는 더욱 경이로운 장면을 만들어 냈다. 후반 12분이었다. 페널티 박스 아크 부근에서 공을 잡은 황의조는 빠른 템포의 오른발 감아 차기로 시즌 3호 골까지 기록했다. 황의조의 감아 차기 킥은 원바운드 되며 그대로 낭트 골문 오른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황의조는 두 번째 득점 이후에도 거침없는 드리블 돌파와 공간 침투로 자신이 가진 장점을 유감 없이 발휘해냈다. 후반 막판에는 오른 측면으로 이동, 파울로 소사 감독이 지시한 세 개 포지션 역할을 완벽에 가깝게 수행해냈다. 어디를 서건 이날만큼은 프랑스 선수들을 한 수 가르친 건 분명했다.
이날 경기는 ‘황의조 데이’로 치러졌다. 보르도 구단에선 이번 홈경기를 맞아 모든 선수들의 유니폼 상의 뒷면에 한글 이름을 새겼다. 유럽 축구 최초로 한글 유니폼을 착용한 경기였다. 황의조는 구단의 노력에 퍼포먼스로 보답했다. 이 한 경기에서만 1골 1도움을 올리며 황의조 데이를 마음껏 누렸다. 황의조는 리그 10경기 출전에 3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