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앞두고 검사·경찰 8명도 직권남용 등 혐의로 넘겨
재수사 6개월·첫 사건 34년만에…"공소시효 지나 처벌 못해"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이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재수사하는 경찰이 진범 논란으로 재심을 앞둔 8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재수사 착수 6개월 만이자 연쇄살인의 첫 번째 사건이 발생한 1986년 이후 34년 만이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모두 끝나 이춘재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
6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8차 사건과 관련해 이춘재를 살인 등 혐의로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검사와 경찰 등 8명을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로 함께 검찰에 넘겼다.
이춘재는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에서 박 양을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화성 일대에서 그가 저지른 연쇄살인 가운데 8번째로 발생해 8차 사건으로 불린다.
이춘재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다가 대문이 열려있는 집이 보였다"며 "방문 창호지에 난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봤는데 남자가 있었으면 그냥 가려고 했지만, 여자가 자고 있어서 들어갔다"고 범행 경위를 진술했다.
박 양의 집은 과거 이춘재의 친구가 살던 곳이어서 내부 구조를 잘 알고 있던 이춘재가 박 양의 가족들에게 발각당하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뒤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춘재와 함께 검찰에 넘겨진 당시 관할 경찰서 형사계장 A 씨와 검사 B 씨 등은 과거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의자로 특정한 윤모(52) 씨에게 각종 불법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윤 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서로 데려간 뒤 폭행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저질렀으며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75시간가량 그를 감금한 채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씨는 자신에게 가해진 이러한 불법행위들을 견디지 못한 채 자신이 박 양을 살해했다고 진술했고 그는 법원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아 20년을 복역했다.
이후 윤 씨는 무죄를 주장했고 이춘재가 이 사건을 자백한 뒤에 재심을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다.
경찰은 원활한 재심 진행을 위해 본격적인 재심 시작 전 사건을 송치하기로 결정했고 재심 첫 공판준비기일인 이날 8차 사건의 송치를 완료했다.
이춘재와 A 씨 등이 검찰에 넘겨졌지만, 이들은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8차 사건뿐만 아니라 이춘재가 자백한 나머지 13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 또한 공소시효가 만료돼 이춘재 사건으로 처벌받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 때문에 이춘재 사건은 경찰이 송치하고 검찰이 기소하면 법원에서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보통의 사건과 달리 경찰이 송치하면 검찰이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경찰의 송치가 사실상 사건 진행 절차의 마무리 단계에 해당해 이번 8차 사건 송치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재수사는 첫 마침표를 찍게 됐다.
경찰은 8차 사건 송치는 재심 절차상 먼저 이뤄진 만큼 나머지 사건들은 조만간 한 번에 모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재수사에 착수해 이번 첫 송치까지 6개월이 걸렸다"며 "이춘재 자백에 이상한 점은 없는지, 여죄는 없는지 등 어떠한 의혹도 남지 않도록 수사해 진실이 완전히 규명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 씨가 청구한 8차 사건 재심은 이날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으며, 재판부는 "판사로서 굉장히 죄송함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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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2/06 14:3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