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다음달 6일로 예정된 초·중·고교 일괄 등교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고등학교 먼저 ‘온라인 개학’을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황과 학사일정을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을 종합하면 온라인 개학은 불가피한 비상수단이 되고 있지만, 아직 정규수업으로 대체하기까지는 준비가 부족한 상황인 만큼 일종의 절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9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어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유치원, 초·중·고교 개학과 관련해 다음달 6일 등교는 사실상 힘들다고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등교 개학이 어렵다는 현장 의견을 전했고, 교육부도 이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돌봄·교육티에프(TF) 단장을 맡고 있는 조승래 의원은 “고등학생만 별도로 온라인 개학을 할 것인지, 초·중·고교를 전부 다 온라인 개학으로 해도 시스템이 가능한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입시 등으로) 제일 급한 고등학교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먼저 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밝혔다. 또 조 의원은 “고등학생의 경우 대입과 연계돼 있어 어느 지역은 개학하고 어느 지역은 개학하지 않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해, 지역별 차등에는 선을 그었다.정부는 향후 개학 여부와 개학 방식 등과 관련해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등을 거쳐 30일 또는 31일께 최종 발표할 방침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있었던 전국 시·도교육감들과의 회의에서 개학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향후 개학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 감염병의 추이와 학부모 및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막바지 여론 살피기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교원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이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4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등교 개학을 더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73%에 달했다.교육당국은 이미 원격수업 기준 운영안을 만들고 시범학교를 지정하는 등 온라인 개학에 대비한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원격수업으로 정규 수업 일부를 대체하려면, 지역이나 학교별, 교사와 학생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원격수업을 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각기 다르다는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원격수업 콘텐츠와 플랫폼을 제공할 시스템, 학교에서 교사들이 원격수업을 할 수 있는 환경, 학생들의 스마트기기 보유 등의 조건이 충분히 갖춰져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교육당국은 교육청과 학교가 보유한 스마트기기를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대여해주는 제도를 확대하겠다지만, 그 대상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다자녀 가정의 경우엔 아이마다 스마트기기가 필요하다는 문제도 생긴다. 또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실시간 화상수업 등을 실시할 기반이 갖춰져 있느냐가 문제로 떠오른다. 최근 일부 교육청에서는 학교 내 무선망 접속을 아예 막아놓은 관행이 원격수업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원격수업 관련 콘텐츠·플랫폼은 주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교육방송(EBS) 등이 제공하는데, 최근 교육방송의 실시간 강의 콘텐츠에는 접속자가 폭주해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현재 교육방송 플랫폼이 300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고, 전국 학교에는 대여 가능한 스마트기기가 12만대쯤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물리적 격차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초등 저학년의 경우 옆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보호자가 있느냐 없느냐가 원격수업의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정의 경제적 배경뿐 아니라 문화적 배경도 학생의 정보통신 활용 역량의 편차를 키울 수 있다. 교사들이 전반적으로 고령화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은 교사들이 원격수업 실시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학생들의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교육부는 “평가는 대면수업이 재개된 뒤에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격수업 동안 나타나는 격차가 최종 평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원격수업 중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경우엔 수업 중 활동이나 태도를 수행평가 및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할 수 있도록 열어놓기도 했다.역설적이지만,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의 경우 이런 격차가 더 예민하게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기정 서울 구암고 교사는 “내신 평가가 중요한 고3에게 1학기는 곧 1년 전체와 마찬가지인데, 원격수업으로 이를 갈음하면 형평성 문제가 첨예하게 제기될 것이다. 고3에 대해선 온라인으로라도 개학해야 할 필요성이 가장 크게 제기되고 있지만, 그 위험부담도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좋은교사운동’의 교사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쌍방향 원격 실시간 수업이 가능한 안정적인 플랫폼 구축”(64.4%) “원격수업 준비를 위한 다양한 자료 개발과 현장 안내”(52.6%) 등을 ‘원격수업 준비를 위해 현장에 가장 필요한 지원책’으로 꼽았다. 디지털 취약 계층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통신비 지원 및 학교 내 디지털 디바이스 무상 대여”(62.4%) “학생 1인 1디지털 디바이스 지급”(34.9%) “원격수업에 대한 상세한 안내”(31.2%) 등을 꼽았다. 초등 저학년과 특수학급 학생들에 대한 대안 요구, 초등 저학년에 대한 온라인 학습 지원의 어려움 지적, 디지털기기의 장시간 사용에 대한 부정적 의견 등도 제기됐다.최원형 황금비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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