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20일 초등학교 1~3학년까지 '온라인개학'을 하면 유치원생을 뺀 모든 학생이 온라인으로나마 2020학년도 1학기를 시작한다.
사상 초유의 원격수업이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이 상호작용하며 가르치고 배우는 현장수업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등교개학이 언제 이뤄질지에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쏠린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등교개학은 일러야 5월 초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50명 이하인 상황이 일주일 이상 지속하면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9일 이후 열흘가량 20~30명대에 머문다. 유 부총리가 제시한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병행 조건'은 충족된 셈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유 부총리가 교육부 자문교수의 의견을 인용했을 뿐이라며 일단 선을 긋고 있다. 등교개학 여부와 시점은 코로나19 확산세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해야지 특정 조건이 충족됐다고 기계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등교개학 여부나 시점은 사실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세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곳은 중대본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와 중대본이 협의해 (등교개학 여부와 시점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면서 "중대본에서 등교개학이 안 된다고 결정했는데 교육부가 단독으로 등교개학을 추진하는 일은 당연히 없고 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돼야 등교개학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시한은 19일인데 정부가 이를 5월 초로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주말 중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종료할지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생활방역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등교개학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면역력이 성인보다 약한 어린 학생들이 종일 단체생활을 하는 학교 문을 섣불리 열었다간 소규모 집단감염의 온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3일 등교개학을 감행한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사례다. 싱가포르는 등교개학 후 집단감염이 이어지자 온라인 가정학습 체제로 전환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16일 싱가포르 사례를 언급하며 "(등교개학은) 아이들 안전과 직접 관련된 일이기에 보수적인 자세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도 같은 날 싱가포르 확진자가 최근 한 달간 14배 증가한 점을 지적하며 "안정된 상황에서 학교의 물리적 개학을 실행했던 싱가포르 사례를 분석하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등교개학을 앞두고 전국 모든 학교를 방역해야 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유치원까지 포함해 전체 학교가 2만700여곳인데 모두 방역하려면 적잖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결단과 노력만으로 쉽게 등교개학일을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오는 24일 예정된 서울시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가 등교개학이 이달 말 이뤄질지, 아니면 다음 달 이후로 넘어갈지 가늠할 첫 잣대다.
교육청은 학력평가를 시행한다면 고등학교 3학년생들을 등교 시켜 시험을 보게 하기로 하고 교육부와 중대본에 의견을 요청해둔 상태다.
이미 4차례나 학력평가를 미룬 교육청은 24일에도 시험을 치를 수 없다면 아예 취소키로 하고 20일까지 각 학교에 시험 실시 여부를 안내할 방침이다.
등교개학이 5월이 지나 이뤄지면 학사 운영이 다소 복잡해진다.
특히 고교 3학년 수험생은 대학입시 때문에라도 1학기 지필평가를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나눠 2번 치르길 바라는데 5월이 지나 등교하면 2번 치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시간을 확보하고자 여름방학을 대폭 줄이거나 없애면 수시모집 준비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