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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편견의 억울한 희생자
happykingdoom1004 2020-06-14     조회 : 492

커피, 편견의 억울한 희생자

최근 들어 커피가 건강에 해롭다는 오해를 받게 된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 커피는 의약품으로 이용되다가 오늘날처럼 음료로 정착했기 때문이다. 커피를 처음 마시기 시작한 예멘을 비롯한 이슬람 세계에서 커피는 종교의식 또는 의학과 깊은 상관관계를 맺으며 확산됐다. 커피는 담석, 통풍, 천연두, 홍역, 기침 등 놀랄 만큼 다양한 질병에 대한 치료제로 처방되었다. 오스만 제국의 주인이던 터키인들은 커피의 약효를 확신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스만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현재 터키의 이스탄불)을 방문한 영국의 헨리 블런트 경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들은 (커피)가 잘못된 식습관, 눅눅한 잠자리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질병들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켜 준다고 알고 있다. 이들은 코파(coffa : 당시 커피를 지칭하던 단어)를 아침저녁으로 상음한다. 이들 노인들은 무기력을 모르며, 어린이들은 구루병을 모르며, 단 아이를 가진 여성들이 커피를 마시는 데 대해서만은 약간의 논쟁이 있다. 이들은 특히 커피가 담석과 통풍 예방에 특효약이라고 믿고 있다." 17세기 유럽의 의학자, 화학자, 약초학자들도 커피를 몸에 이로운 약으로 여겼으며, 또 그렇게 일반인들에게 소개했다. 이러한 인식은 '지옥처럼 새까맣고 쓰기 이를 데 없는 이슬람 이교도들의 음료'인 커피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의 대륙 유럽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

17세기 베네치아에서 활동했던 의학자 프로스페르 알피누스는 자신의 의학서적에서 "(커피)는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에게 특효가 있다"고 적었다. 18세기 독일 의학자인 크리스찬 하네만도 "커피는 의약품"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하네만이 "담배를 처음 피우면서 역겹다고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건강한 입맛을 가진 이라면 커피를 처음 마시면서 먹을 만하다고 느끼지는 못한다. 설탕을 넣지 않았다면 말이다"라고 덧붙인 구절을 보면 커피를 그리 맛있거나 향기로운 음료로는 보지 않았고, 단지 건강에 좋은 약초쯤으로 여긴 것 같다.

2세기 로마시대 소아시아의 고대 도시 페르가뭄에서 활동한 클라디우스 갈렌(Galen)의 이론을 추종하는 의사들은 사람의 체질에 맞춰 커피를 처방했다. 1,500여 년간 "의사들의 왕자(Prince of Physicians)"라 불리며 절대적 권위를 인정받았던 갈렌은 인체가 4가지 액체, 즉 노란 담즙, 검은 담즙, 점액, 붉은 피로 구성되었다고 보았다. 그는 이 4가지 액체가 각각 뜨겁거나 차가우며, 촉촉하거나 물기가 있는 등 온도와 습기라는 2가지 물리적 성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들 액체의 균형이 깨질 때 병에 걸리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므로 넘치거나 모자라는 부분의 균형을 맞춰 줄 수 있는 약품을 처방하면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음()과 양()의 조화가 깨진 상태를 병으로 인식하는 동양의 한의학, 그중에서도 사람을 4가지 체질로 분류하는 우리나라의 사상의학과 여러 가지로 비슷하다. 문제는 이들 갈렌파 의학자들이 커피의 성질에 대해 엇갈리는 주장을 내놨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커피가 차갑고 건조하다고 봤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뜨겁고 건조하다고 주장했다. 커피과육과 원두가 서로 성질이 다르다는 주장과 같다는 주장도 대립했다.

1663년 영국에서 발간된 책자는 당시 의학자들이 커피에 대해 가졌던 서로 다른 견해들을 보여준다. '의사들이 포기했지만 커피에 의해 고쳐진 사람들'이란 제목의 책자는 다음과 같은 믿기 어려운 '사실'을 소개하고 있다. "(역시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사는 안네 마리네(Marine)는 윗입술에 난 커다란 종기(corn)로 고민했다. 수술로 잘라내면 종기는 오히려 커졌다. 그녀는 최후의 수단으로 커피를 마셨다. 그러자 종기는 (마치 마술처럼) 입술에서 분리돼 입술 아래 받쳐 들고 있던 접시 위로 떨어졌다."

이 책자는 동시에 커피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사례도 말하고 있다. "(네덜란드) 라이덴(Layden)에 거주하는 벤저민 배드–콕(Bad-cock)은 매일 커피를 마셨다. 배드–콕의 아내는 4년간 아이를 갖지 못했다. 어느 날 배드–콕이 커피를 끊자 9개월이 채 안 돼 아내가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콕'은 남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속어이므로, 배드–콕이란 생식 기능이 좋지 못한 남성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시원찮던' 남자가 커피 마시기를 그만두자 성적 기능이 되살아났다는 주장이다.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확산되면서 커피의 효능에 보다 진지하게 접근하는 의학자들이 늘어났다. 프랑스의 라루스 백과사전은 커피가 지식인, 군인, 선원에게 좋을 뿐만 아니라 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손튼이라는 영국 의사는 "커피 한 잔은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강하고 활기차게 해준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이보다 우리를 더 새롭고 활기차게 해주는 것은 없다"고 칭송했다.

동시에 커피가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커피의 가장 신랄한 비판자 중 하나였던 이탈리아 의학자 시니발디(Sinibaldi)는 "우리(유럽인)가 아시아 및 신세계와 시작한 상거래는 천연두를 포함한 여러 질병과 함께 (커피라는) 새로운 음료를 가져왔다. 이 새로운 음료는 신경쇠약을 일으키고, 위액의 변화를 가져오며, 사지가 떨리는 경련, 중풍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커피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일반적으로 확산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과다한 카페인 섭취가 인체에 해로우며, 커피가 많은 양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음이 밝혀진 후부터였다.

'C8h1002N4'라는 화학기호를 가진 카페인은 약한 흰색을 띠고 맛이 쓴 알칼로이드다. 그러나 그 흰색과 쓴맛이 매우 약해서 일반적으로 카페인은 무색무취하다고 말한다. 커피원두의 2–3%가 카페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커피 한 잔에는 일반적으로 60-90㎎의 카페인이 녹아 있다. 값싼 로부스타 커피는 고급 아라비카보다 카페인 함유량이 더 많다. 카페인 하면 커피를 연상할 만큼 커피는 카페인과 밀접하게 연관 지워진다. 커피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차, 코코아, 콜라 등 60여 가지 식물과 이를 이용한 녹차, 홍차, 코코아, 초콜릿, 콜라 등의 음료에도 상당량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카페인은 중앙신경계와 대뇌 혈액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흥분제로, 인체의 활력을 높여주는 한편 두통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두통 및 감기약에 두루 포함된다. 소변이 잘 나오도록 하는 이뇨효과, 정신을 맑게 하는 각성효과 및 집중력을 향상시켜 주는 효과도 지녔다. 그러나 카페인에 숙취 해소효과가 있다는 것은 잘못된 믿음이다. 알코올이라는 화학물질로 엉망이 된 위장에 카페인이라는 또 다른 화학물질이 더해져 오히려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다.

카페인은 과연 건강에 해로울까. 일반적으로 과다한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과연 얼마만큼의 카페인이 '과다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커피 한 모금만 마셔도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커피를 마시고 잠자리에 드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혹자는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리다면서 이러한 속쓰림의 주범으로 카페인을 의심한다. 그러나 커피를 마신 후 속이 쓰리다면 이는 커피의 산() 성분 때문이다. 따라서 카페인을 제거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다고 해서 속쓰림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커피를 마시고 속이 쓰린 사람들을 위해 산을 중화시킨 커피가 개발되었으나, 이러한 커피는 맛이 떨어진다. 산성은 커피, 특히 아라비카 커피의 풍미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산을 중화시키는 과정에서 풍미가 손상될 수 있다.

카페인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카페인을 제거한 디카페인 커피가 1903년 독일에서 처음 개발되었다. 독일의 커피 수입업자 루드비히 로셀리우스(Roselius)가 자신이 수입한 배 한 척 분량의 커피원두를 몽땅 연구 목적으로 기증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로셀리우스가 커피원두를 기여한 것은 그가 인류에게 기여하겠다는 거창한 이상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로셀리우스의 배가 대서양을 건너다 폭풍을 만났고, 커피원두가 모두 바닷물에 젖어 판매할 수 없게 되자 '어차피 버린 물건'을 기증한 것이다. 연구기관에서는 삼염화에틸렌이라는 화학물질을 이용해 커피원두에서 카페인을 제거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로셀리우스는 1903년 이 공정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그러나 이후 삼염화에틸렌이 간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동물 실험 결과 밝혀지면서 디카페인 커피는 된서리를 맞았다. 로셀리우스는 삼염화에틸렌을 보다 약한 메틸렌염화물로 대체했지만, 실험 결과 메틸렌염화물 역시 암 유발 물질로 밝혀지면서 판로가 막혔다. 존폐의 위기에 처했던 디카페인 커피는 극적인 회생의 계기를 얻는다. 화학적 처리 대신 물을 이용해 카페인을 제거하는 물처리공정이 1930년대에 개발된 것이다. 이 공정은 스위스에서 개발됐기 때문에 흔히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Swiss Water Process)'라고 불린다. 물처리공정은 물로 커피원두에 있는 카페인 성분을 씻어낸 후, 물에 남은 카페인을 숯으로 완전히 제거한다. 그러나 디카페인 커피라고 해도 카페인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며, 2-6㎎의 카페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

디카페인 커피의 인기가 급상승한 것은 1980년대 카페인이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부터이다. 1980년대 이후 디카페인 커피의 맛과 향이 급속히 향상됐고, 주요 커피업체들도 디카페인 커피를 내놓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오늘날 커피 제조업체들이 디카페인 커피를 만들 때 사용하는 물처리공정이 1930년대 처음 개발된 공정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디카페인 커피의 맛이 몰라보게 좋아진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디카페인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극히 일부 소비자만이 디카페인 커피를 찾았다. 커피업자들은 시장 규모가 작은 디카페인 커피를 만드는 데 고급 원두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미국의 경우 1987년 디카페인 커피가 전체 커피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까지 늘어났다. 시장이 커지자 커피업체들은 좋은 원두를 디카페인 커피용으로 사용했고, 시장이 늘어날수록 디카페인 커피의 품질도 개선되었다.

커피는 카페인 이외에도 건강에 해로운 다른 물질들을 함유하고 있을까. 많은 이들은 커피가 암 또는 심장병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커피가 이러한 질환과 연결됐다는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카페인이 고혈압을 일으킨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커피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는 의혹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커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도 나왔다. 터키식 커피처럼 커피가루를 물에 넣어 끓인 후 걸러내지 않고 마실 때에만 콜레스테롤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카페인의 과다한 섭취가 몸에 좋지 않다는 데에는 모든 의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자신에게 적절한 만큼의 카페인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 후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필요하다.

카페인에 대한 또 다른 오해 또는 편견은 카페인을 제거하면 커피의 맛과 향이 떨어진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커피기구(ICO)는 케냐, 콜롬비아, 브라질 등 다양한 원산지의 커피원두를 이용해 디카페인 커피를 만들었다. 그리고 전문 감별사들에게 이들 디카페인 커피와 일반 커피를 맛보게 했다. 놀랍게도 감별사들은 디카페인과 일반 커피를 구분하지 못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감별사들에게 '더 선호하는 커피를 고르라'고 하자, 대부분 일반 커피보다 디카페인 커피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그래도 왠지 디카페인보다는 일반 커피가 낫다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희소식이 있다.

일본 나라()첨단과학기술대학원 연구팀은 2003년 유전자 변형기술을 이용, 카페인 함유량을 70% 정도 줄인 커피 모종()을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물처리공정 등을 통해 카페인을 제거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카페인이 적은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커피 세포 내에서 카페인 생성 촉진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해독, 'RNA 간섭'이라고 불리는 기술로 이 유전자의 움직임을 억제한 커피 모종을 개발한 것이다. 이 커피 모종에서 자라난 잎에 함유된 카페인의 양은 일반 커피나무의 잎보다 70% 정도 적었고, 4~5년 후 맺게 되는 커피원두에서도 같은 수치의 카페인을 나타내게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디카페인 처리공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싼값의 디카페인 커피 생산도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커피, 편견의 억울한 희생자 (커피 이야기, 2004. 5. 15., 김성윤)

 커피 알고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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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as | 추천 0 | 06.15  
커피가 의료용으로 사용됐었다니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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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오중하암 | 추천 0 |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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