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로 인한 호우로 침수된 택시 위에 오리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장마가 길면 보은(報恩) 색시들이 들창을 열고 눈물을 흘린다는 옛말이 있다. 대추골인 이곳은 대추가 시집갈 혼수를 마련하는 유일한 수단이 되는데, 긴 장마는 대추를 여물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장마가 짧으면 북한의 관북지방 갑산(甲山) 색시들은 삼(麻)대를 흔들며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장마가 짧으면 삼이 덜 자라고 흉마(凶麻)가 되면 삼베 몇 필에 오랑캐에게 몸이 팔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장마의 어원은 이 관북지방의 장마에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장마의 생성원인
서로 성질이 다른 두 공기 덩어리 사이에는 전선(前線)이 형성된다. 두 공기덩어리의 성질 차이가 크면 클수록 전선은 강화되면서 비나 폭풍우, 뇌우, 강풍을 동반하는 악기상현상이 발생한다. 우리나라 여름철에는 이런 독특한 악기상 현상이 나타나는데 바로 장마다. 여름철에 영향을 주는 장마는 북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의 차고 습한 오호츠크해고기압이나 대륙성고기압 사이에 형성된 전선(불연속면)이 우리나라 부근에 위치하면서 시작된다. 남쪽과 북쪽의 강한 두 공기덩어리의 힘이 엇비슷해지는 6월말부터 7월 중순까지 어느 한쪽도 상대방을 제압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간에 만들어진 전선은 정체한다. 이 전선을 장마전선이라고 부르는데 장마전선이 동서로 길게 형성되면 이것을 장마전선대라 부른다. 장마 전선대를 따라서 기압골이 이동하면서 흐리고 비오는 날씨를 약 한달 동안 보이게 되는데 이 현상을 장마라 부른다.
2010년 9월 물에 잠긴 광화문 사거리를 걷는 시민들.
기상청에서 2011년 발간한 장마백서에서는 장마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강수시기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남쪽의 온난습윤한 열대성 기단과 북쪽의 한랭습윤한 한대성 기단이 만나 형성되는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는다. 전선이 걸쳐 있는 지역에는 강한 남서풍에 따른 습윤한 공기의 유입이 증가하고 장기간 동안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것을 장마라고 한다. 중국은 메이유(Meiyu), 일본은 바이우(Baiu)라고 한다.’ 북태평양고기압세력이 강력해지면서 북쪽으로 확장하는 7월말 경에 이 전선대가 만주 부근까지 북상하면서 장마는 끝나고 한여름의 무더위가 시작된다. 장마기간의 기후평균과 장마시작, 종료, 그리고 지속시간 및 강수량은 아래 표와 같다. 중부지방은 평균적인 시작일이 6월 24일에서 25일이고, 종료하는 날은 7월 24일에서 25일 경이다. 보통 장마가 지속되는 기간은 한 달 정도이며 평균강수량은 105에서 785mm로 지역 간 편차가 크다. 서울의 경우 632mm였지만 포항의 경우는 401mm를 기록했다. 지역에 따른 장마기간과 강수량은 아래의 표를 참조하기 바란다.
기후평균(1981~2010년) 장마 시작, 종료, 지속시간 및 강수량. 출처- 기상청 장마백서, 2011
장마로 인한 기상재해
장마는 우리나라 연평균(年平均)강수량(1,300mm)의 40% 이상의 비를 약 한달 동안에 집중적으로 가져온다.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특성으로 말미암아 장마의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장마 때 내리는 집중호우는 강풍, 뇌우를 동반한 강한 호우현상을 동반한다.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 및 시설물 유실, 하천 범람으로 인한 가옥침수, 시설물 붕괴, 뇌우에 의한 전자장비 피해 등이 발생한다.
기후평균 (1981~201) (a)장마기간 강수량 분포와 (b)연 총강수량에 대한 장마기간 강수량 비 <출처: 기상청 장마백서, 2011>
먼저 집중호우를 살펴보자. 집중호우는 장마 기간 중 발달한 적란운 등에서 국지적으로 단시간 내에 많은 양의 강한 비가 내리는 것을 말한다. 강풍을 동반하면서 홍수나 산사태 등의 재해를 수반하므로 큰 피해를 초래한다. 집중호우는 사람들이 잠든 늦은 밤부터 새벽 사이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피해가 커지는 특성이 있다. 다음으로는 강풍을 들 수 있는데 강한 기압골의 경우 강풍을 동반한다. 강한 바람으로 인한 풍압(風壓 : 풍속이 40m/s인 경우 풍압은 192kg/㎡)은 건물을 무너뜨리거나 시설물을 파괴하고 나무를 뿌리째 뽑거나 유실수 농사에 많은 피해를 준다.
따라서 노후 구조물이나 시설물에 대해 견고하게 지지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강한 돌풍과 천둥 번개가 많이 나타난다. 우박이나 회오리 등의 기상현상이 발생하며, 특히 최근에는 낙뢰발생빈도가 강하게 나타나므로 주의를 요해야 하는 기상현상이다. 네 번째는 산사태로써, ‘96년 경기북부지역의 전방 산악지대에서 집중호우에 의한 산사태로 89명의 사망과 4,000억원의 재산피해를 가져왔던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2011년 서울 우면산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있었다.
공군기상대 연구에 의하면 일 강수량이 100mm를 초과하거나 시간당 강수량이 20mm를 초과하기 시작하면 산사태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비가 내렸던 경우에는 이보다 적은 강수량에도 주의하여야 한다. 특히 산중턱에 절토 부분이 있는 경우 산사태의 확률은 더욱 높아지므로 주의를 요한다. 다섯 번째는 해일로써, 해수면은 1hpa 하강시 약 1cm 상승한다. 따라서 강한 저기압이나 태풍이 접근하면 바닷물은 융기하게 된다. 또한 바람이 10m/s일 경우 파고는 약 10m 정도 된다. 여기에다 밀물 때가 겹치면 해수면이 더욱 상승해 이로 인한 해일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따라서 섬이나 해안 지역은 기상예보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무너진 가옥
기상청에서 발간한 장마백서(2011)에서는 장마의 피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 하천 제방이나 댐제방 붕괴로 인한 가옥과 농경지 침수, 택지 조성지·건설현장의 가설구조물 파손 및 건축물과 저지대 시설물의 침수와 파손, 도로 및 철도의 유실, 교량의 붕괴, 절개 사면의 붕괴로 인한 도로 차단, 관광객의 조난 등이다.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순위는 기상청에서 2012년 발간한 [최근 20년 사례에서 배우다 : 집중호우 Top 10] 에 나와 있다. 이에 따르면, 가장 큰 피해는 2011년 강남물난리와 우면산 산사태를 불러온 장마사례였다. 두 번째로는 2010년 추석기간 중 발생했던 경기도와 서울 추석집중호우였다. 집중호우 Top 10 사례는 아래와 같다.
1. 백년만의 집중호우, 수도권 집중호우(2011.07.26~28)
2. ‘도심홍수’ 문제를 제기한 서울·경기도 추석 집중호우(2010.09.21)
3. 부산을 물바다로 만든 남해안 집중호우(2009.07.15~16)
4. 태풍 뒤에 또다시 이어진 경기 북부·강원도 영서 집중호우(2008.07.24)
5. 제주도를 강타한 태풍 나리(2009.09.15~17)
6. 장마철 최악의 물폭탄, 인제·홍천(강원도 영서) 집중호우(2006.07.15~16)
7. 장마 뒤 전북지방 국지성 집중호우(2005.08.03)
8. 전대미문의 기록행진, 태풍 ‘루사’(2002.08.31~09.01)
9. 37년 만에 서울 시간당 100mm, 수도권 집중호우(2001.07.15)
10.급류로 변한 계곡, 지리산 집중호우(1998.07.31~08.31)
통계에 의하면 기상재해의 상당 부분이 장마와 태풍이었으며 특히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가장 컸다. 그러나 물 사용량이 증가되고 있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장마가 가져오는 많은 비는 우리가 사용하는 수자원의 커다란 공급원이기도 하다. 따라서 장마철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를 잘 예측해서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다면, 이미 물 부족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장마의 피해사례 - 2001년 가로등 감전사 호우사례
장마의 피해사례로 2001년의 사례를 살펴보자. 위의 ‘집중호우 Top 10 사례’ 중 9번째에 해당하는 ‘37년 만에 서울 시간당 100mm, 수도권 집중호우(2001.07.15)’ 예다. 2001년 7월 5일부터 15일까지 11일간 발생한 호우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발생하였다. 7월 5일~12일의 호우는 제 4호 태풍 ‘우토’ 영향이 컸고 7월 14-15일의 호우는 중국화남지방의 저기압이 장마전선을 활성화시켜 서울, 인천, 경기지역으로 국지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하였다.
7월 14~15일의 경우 북상하던 장마전선이 14일 밤 한반도의 북쪽에 위치한 차가운 성질의 고기압에 막혀 서울·경기도 및 강원도 영서지방에서 정체되었다. 하층 제트기류에 의하여 매우 강한 남서류가 장마전선상으로 유입되면서 폭이 좁고 강한 수렴대가 중부지방에 형성된 가운데 지역에 따라서는 시간당 최대 약 99.5mm의 집중호우가 발생하였다. 위성사진을 보면 호우를 가져오는 태퍼링 구름(Tapering Cloud)이 경기만에서 서울로 형성되어 있고, 레이다 자료에서도 남서해상으로부터 서울지방으로 강한 불안정 대류운(Convective Cloud)이 유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한 구름대는 15일 새벽에 집중되었는데, 15일 00시부터 03시까지 3시간 동안 201.4mm의 집중호우로 평균 시간당 67.1mm의 호우가 내렸다. 비의 집중현상으로 인해 침수피해가 급증하였다. 피해원인을 분석한 결과 주택은 저지대의 주택이 일시에 많은 강우로 인한 인근 하천의 범람으로 침수되었다. 하천은 도시하천주변의 공공용지 점용으로 인한 하천 폭 감소로 유수소통 장애와 배수펌프장의 관거용량 부족으로 인한 월류로 밝혀졌다.
전국 강수량 분포도(2001. 7. 15) | 기상위성영상(2001. 7. 15 오전 3시) |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도 극심했다. 총 40명이 숨지고 14명이 실종됐다. 고속버스터미널 역 등 서울지하철이 물에 잠겨 운행이 중단됐고 주택 2만1144가구가 침수돼 4만 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광화문 등 중심가의 빌딩과 시내 곳곳의 주택이 침수되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서울의 시간당 최대강수량(99.5㎜)은 1942년 8월5일(118.6㎜)과 1964년 9월13일(116.0㎜)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3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15일 하루 서울의 강수량 273.4㎜는 1907년 기상관측 이래 5위의 기록이다. 사망 및 실종자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 사망 26명, 실종 2명 △경기 사망 10명, 실종 12명 △인천 사망 4명 등이다. 또 사망 및 실종자를 원인별로 분석하면 △주택침수 11명 △감전사 19명 △건물 및 경사면 붕괴 5명 △하천급류 16명 등이다 . 2001년 장마기간 중 발생한 집중호우의 가장 큰 피해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19명의 희생자를 가져온 건널목 신호등 감전사였다.
침수된 서울의 지하철 7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 | 서울 동부간선도로 중랑교 부근에 뒤엉켜있는 차들. |
피해 사례를 살펴 재해 대책을 발전시켜야
여름이 오면 측우기(測雨器)를 만들었던 뛰어난 기상예보자(?) 장영실을 생각하게 된다. 그는 강에서 물이 흐르는 높이를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면 농사짓는데 도움이 되고, 또 홍수가 났을 때 물이 차오르는 것을 봄으로서 미리 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강물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수표(청계천수표교가 수표를 설치한 다리임)를 만들었다. 그런데 수표를 설치한 그 다음해 큰 홍수가 났다. 청계천의 수표 눈금은 자꾸 올라갔고 둑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라에서는 수표의 눈금을 보고 청계천 주변의 주민을 긴급히 대피시켰고, 그날 밤에 물이 둑을 넘어 집들이 물에 잠겼지만, 사람들은 이미 대피하였기에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었다고 한다.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기상관측장비인 측우기와 수표의 활용으로 인해 한국은 이미 600여년 전에 기상경보와 재해방지에 성공한 기록을 갖게 되며, 우리는 이런 자랑스러운 선조를 가진 민족이다. 장마의 호우사례를 벤치마킹하여 기상예보와 국가적인 재해대책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