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미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언제쯤 종식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다시 전 세계적으로 일일 확인자수가 수만명씩 발생하며 여름에는 주춤해질 것이라는 일각의 낙관적 전망이 무색해졌다. 미국의 경우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오는 11월1일까지 코로나로 22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으며, 국내 역시 해외 유입 확진자가 두자릿수로 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셧다운과 같은 ‘비의료적’ 행정적 예방조치로 인한 경제적 피해와 사회적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를 완전히 종식하고 일상으로 되돌아가는데 백신, 치료제 개발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전 세계 바이오, 제약회사들은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모든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국내서 주목받는 '항체·치료제'… 이번주 인체 임상 시작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위해 승인된 임상시험 총 17건 중 12건이 진행 중이다. 치료제가 10건, 백신이 2건이다. 치료제는 기존 의약품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약물 재창출 연구가 많다.
우선 백신과 치료제는 투여 대상과 목적이 완전히 다르고, 위험도 역시 다르다. 치료제와 달리 백신은 감염되지 않은 수많은 일반인들에게 투여해 항체를 형성하는 방식인만큼 약물이기 때문에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부작용이다. 박혜숙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4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포럼에서 "잘못 만들어진 치료제나 백신은 바이러스만큼이나 위험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바이오 기업 '제넥신'과 미국 제약사 '이노비오'가 각각 개발한 후보물질로 백신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제넥신과 이노비오의 백신 후보물질은 모두 국내에서 첫 피험자 투여를 진행했지만, 대량 생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무리 일러도 백신은 6개월 뒤에나 나올 수 있으므로 그때까지 바이러스 변이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더 기대를 모으고 있는 건 치료제다.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와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도 임상시험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셀트리온은 식약처로부터 항체치료제 임상시험 심사를 받고 있으며 금명간 승인을 받아 인체 대상 임상시험이 개시될 예정이다. 앞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임상 1상 시험 착수일이 '7월 16일'이라고 못 박았지만 17일 오전까지도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는 미국, 유럽 등에서 유행 중인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국내외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셀트리온은 연내 임상시험을 마무리한 뒤 내년 상반기 500만명 분량의 치료제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GC녹십자는 아직 임상시험을 신청하진 않았으나 우선 18일부터 임상용 혈장치료제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임상 1상이 면제된 상황이어서 신청과 승인 등의 절차만 마치면 신속한 임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에서는 GC녹십자의 혈장 치료제가 임상시험용 제제 생산 등을 거쳐 이르면 9월께 임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GC녹십자는 연내 임상시험을 마치고 국내 코로나19 중증 환자에 무상 공급할 계획이다.
◇해외서 1000건 넘는 임상 진행중… 의료계는 아직 ‘신중론’
물론 임상건수로만 보면 미국, 중국에 비해 부족하지만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 해외에서는 1000건이 넘는 코로나19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지만 중단된 연구도 적지 않은 터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주목받았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은 임상시험에서 유의한 치료 효과를 내지 못해 연구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나마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회복 기간을 31% 단축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전 세계에서 공식적인 코로나19 치료제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도 특례 수입으로 들여와 일부 중증 환자에 투여되고 있으며 일정 부분 효과를 입증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미 오랜 기간 사용되어온 스테로이드 제제인 '덱사메타손' 등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영국 의료진이 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미국 모더나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피험자 전원에게 항체가 형성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효과를 단언하긴 이르다. 의료계와 방역당국 모두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성민 충남의대 교수도 최근 과총 포럼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치료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과거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많이 쓰인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는 수면제로 임산부에게도 많이 쓰였는데 결국 1만명의 아이들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40%는 사망하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약물은 동물 실험에서는 부작용이 없었지만 인체 실험에서 결함을 드러낸 사례다.
◇정부 "끝까지 지원할 것"… 추경 1936억원 투입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서는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시급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을 "끝까지 지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른 나라가 먼저 개발하더라도 우리의 독자적인 치료제와 개발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을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우선 정부는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등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1936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항체 및 혈장 치료제, 백신 등을 개발하는 기업의 단계별(1∼3상) 임상시험은 물론 전임상에도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식약처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임상시험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임상시험 성공을 위해 컨설팅을 하는 등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30건이 넘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임상시험을 위해 식약처와 사전상담을 진행 중이다.
이어 식약처는 해외에서 개발한 백신과 치료제가 국내에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도 정비할 예정이다. 해외에서 사용되는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의 경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인 '가교시험' 자료 제출을 시판 후로 유예하는 등의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