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죽이는 살구살구나무학명: Prunus armeniaca var. ansu 장미과/갈잎 넓은잎 큰키 나무 장밋과의 갈잎 중간키 나무인 살구나무의 살구(殺狗)는 ‘개를 죽인다’는 뜻이다. 살구나무는 아주 친근한 나무지만 이름은 섬뜩하다. 살구나무에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은 이 나무의 열매, 즉 행인(杏仁)에 독이 있기 때문이다. 개살구도 있다. 개살구의 한자는 구행(狗杏)이다. 개살구는 살구열매보다 신맛이 난다.
매화처럼 살구나무도 꽃이 먼저 핀다. 연분홍 살구꽃이 피는 날은 아주 아름다운 봄이다. 살구꽃이 피는 시기는 지역마다 기후 차이로 다르지만 대개 4월 5일경이다. 이 날은 우리나라의 경우 식목일이자 청명·한식과 맞물린다. 옛날 선비들은 이 시기에 살구꽃을 구경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술집에서도 대부분 살구나무를 심었다. 그래서 살구꽃이 피는 마을, 즉 행화촌(杏花村)을 ‘술집’이라 부른다. 이 말은 중국 당나라 시인 두목의 「청명」이라는 시에서 유래했다. 청명 날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길가는 행인 너무 힘들어 목동을 붙잡고 술집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더니 손들어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 두목 「청명」사람들이 살구꽃 피는 시절 풍류만 즐긴 것은 아니다. 이 시기는 각지의 지방 시험 합격자들이 서울로 올라갔다. 중국 당나라 때 과거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은 공식 행사나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그 중 행사의 핵심은 당나라의 수도 장안의 명승지인 곡강(曲江) 가의 살구꽃이 있는 행원(杏園)이었다. 그래서 살구나무를 과거 시험에 급제한 꽃을 의미하는 ‘급제화’라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