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증 환자 1명에게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투여하는데 약 277만원이 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렘데시비르 구입 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대본은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로부터 1바이알(약병) 당 390달러(약 46만원)에 렘데시비르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코로나19 중증 환자 1명에게 5일간 6바이알이 투여되는 것을 감안하면 1명당 2340달러(약 277만원)이 든다. 환자 상태에 따라 투여기간은 최대 10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없다. 코로나19 환자 진료비는 건강보험공단에서 80%,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20%를 부담한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렘데시비르 도입을 위해 지난 6월 특례수입을 결정하고, 7월24일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방대본은 특례수입 결정 이후인 7월1일 수입자인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와 의약품 무상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방대본은 7월 한 달 간 렘데시비르를 무상으로 공급받고, 8월 이후부터는 가격협상을 통해 구매하기로 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렘데시비르 판매가로 1바이알 당 390달러를 제시했고, 방대본은 이를 받아들였다. 해당 가격은 미국 공공 건강보험 메디케어 적용가격으로, 각 국가들은 동일한 가격에 렘데시비르를 구입하고 있다.
현재까지 방대본은 36개 병원의 환자 155명에게 렘데시비르를 공급했다. 이중 무상공급 시기였던 7월 한 달 간 렘데시비르를 공급받은 환자는 106명이다. 무상공급 시기에 투여받은 환자를 제외한 49명이 6바이알을 사용했다고 가정하면 총 비용은 11만4660달러(1억3600만원)다.
최근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렘데시비르 구입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일 기준 13명이었던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같은 달 31일 79명으로 늘어났다. 이달 1일에는 104명, 이날 124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늘어난 위·중증 환자 111명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여한다고 가정하면 총 비용은 25만9740달러(약 3억833만원)에 이른다.
문제는 렘데시비르 물량 확보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22일 렘데시비르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났고, 70대 이상 환자만 렘데시비르를 투여받았다. 지난달 31일부터 공급이 정상화돼 현재는 연령 제한 없이 환자들이 렘데시비르를 투여받고 있지만 향후 위·중증 환자 증가에 대비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앞으로 치료약 부분과 관련해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