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독감 의심환자 수는 외래환자 1천명당 1.0명 선으로 2019년 같은 기간 3.4명~4.2명은 물론 지난해 동기 1.2~1.7명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 접종을 판단할 때 현재 정부와 방역당국에서 저울질 중인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정책 시행 이후 달라질 방역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위드코로나를 시행하더라도 한동안 마스크 의무 착용을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1년 반 이상 심한 제약을 받았던 외부 활동이 증가하고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 거리두기 등 개인 방역이 훨씬 느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감염내과 최희경 교수는 "작년은 독감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독감 예방을 위해서도 마스크,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이나 거리두기가 중요한데 지난해보다 이미 많이 느슨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와 독감이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의 위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열, 기침, 오한 등 초기 증상이 코로나19와 같아 검사를 받기 전엔 구분이 어려운 독감이 함께 유행하게 되면 어렵게 유지해온 국가 방역체계의 부담이 커지면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임인석 교수는 "11월부터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면 식당과 카페 같은 데서 마스크를 벗고 얘기를 나누고 회식도 할 텐데 그러다 보면 독감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며 "정부 당국도 코로나19와 독감 둘 다 유행하는 걸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감 대응력이 떨어져 유행이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독감 백신은 바이러스의 잦은 변이로 인해 예측이 중요한데 지난해 독감이 유행하지 않은 탓에 데이터가 부족해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희경 교수는 "지난해 독감을 건너뛴 다음이라 유행이 더 크게 올 가능성도 있다"며 "그럴수록 예방접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독감 교차접종 괜찮지만 시차 두고 맞아야"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함께 접종하는 데 따른 부작용 우려도 여전하다.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백신 전반에 대한 경계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두 종류의 백신을 교차 접종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연구보고는 없다는 게 의료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동재준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코로나19와 독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해도 좋다는 지침을 내놨다"며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코로나19 백신도 100% 안전해서 맞는 게 아니다. 독감에 노출됐을 때의 위험에 비하면 상대적 이익이 크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하는 거다. 독감도 과거 코로나19 같은 취급을 받았던 질병이고 사망자도 많았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드코로나 시행과 함께 마스크를 벗는 인구가 증가하면 독감 감염자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취약한 학생들은 독감 감염 가능성이 특히 크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종류 백신을 시차를 두고 맞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했다.
임인석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같은 곳에서도 같이 맞아도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겨울을 안전하게 넘기려면 11월 안에는 맞는 게 좋고 걱정되면 며칠 간격을 두고 접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희경 교수도 "인플루엔자 백신은 오랫동안 맞아왔기 때문에 안정성이 있지만 2주 정도 접종 간격을 둘 필요가 있다"며 "맞아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 우려에 비해 안 맞아서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이 훨씬 크다"고 했다.
abullapia@yna.co.kr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abullapia@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