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안반데기는 봄이고 겨울이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4월 끝자락에도 강원 산간 지역에 눈이 펑펑 쏟아져 봄꽃이 눈꽃을 뒤집어쓴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습니다.
29일 오전 해발 1천100m에 위치한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안반데기.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 등 계절이 늦은 이곳은 지금 봄꽃이 한창인데 이날 새벽 때아닌 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진 상태에서 꽤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봄의 끝자락에 눈 이불을 덮은 연분홍 벚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힘겨운 눈을 털어내고 있었습니다.
짙은 분홍색의 앵두꽃도 봄눈을 힘겨워하고, 눈 속에서 연약하게 노란 꽃을 피운 이름 모를 풀은 거센 바람에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꽃이 만개했던 노란 개나리와 진달래는 눈을 뒤집어써 추위에 몸을 잔뜩 움츠리고도 꽃의 아름다움을 더 빛냈습니다.
아직 꽃망울을 터트리지 않은 영산홍은 갑작스러운 눈과 추위에 더욱 봉오리를 다물어 버렸습니다.
도로변 돌단풍과 금낭화도 눈의 무게에 몸을 더 낮췄습니다.
배추와 무 등 국내 대표적 고랭지 채소밭인 이곳은 아직 밭갈이가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안반데기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체감온도는 실제보다 훨씬 추워 봄이면서 겨울이었습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부터 10시까지 쌓인 눈의 양은 향로봉 10.5㎝, 설악산 9.5㎝, 구룡령 2.8㎝를 기록했습니다.
안반데기를 비롯해 산간 고지대를 중심으로 눈이 소복이 쌓이면서 봄꽃과 눈꽃이 어우러진 설경이 펼쳐졌습니다.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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