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고생이 있었다. 그녀의 생모는 정신병원에서 발작을 일으켜
죽어 버렸으므로, 학생의 아버지는 재혼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아버지 마저 불의의 사고로 죽어버리고, 집에서는 계모와
학생 둘만이 살아가게 되었다.
둘은 애초에 사이가 별로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은 후에 더욱 사이가 멀어지게 되었다.집 안의 분위기는 점점 더
험악하고 불길해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학생은 괴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제일 친한 친구에게 간밤에 일어난 일을 털어 놓는다.
그날 밤 학생은 흰 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서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손짓하는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귀신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고, 어둠속에서 불길하게 맴돌며
그저 손짓을 할 뿐이었다.
학생은 이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같이 살던 계모는 그런 귀신 따위 결코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헛것을 본 것이라거나, 꿈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생은 매일밤마다 그 귀신이 나온다고 울부짖는다.
학생은 마침내 점점 정신이 피폐해지고 여위어 가는 것만 같다. 학생은 한층 쇠약해져서 꼭 큰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생모가 정신병원에서 죽은 것을 알고 있는 계모는 학생에게도
정신병이 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물을 뿐이다. 계모는 학생을 정신병원에 입원 시키려고 한다. 학생은 마침내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선생님에게 모든 것을 말하며 상담을 한다.
선생님은 학생의 집에 온다. 학생을 안심시킨 뒤,
선생님은 혼자 집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그러다가 선생님은
계모의 방, 닫힌 서랍에서, 귀신 복장을 할 때 사용하는 가발과 흰 소복을 발견한다. 선생님은 그제서야 사실을 눈치챈 듯, 학생에게,
다음 번에 또 귀신을 보면, 바로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한다.
선생님은 학생이 불쌍해 견딜 수가 없다. 경찰에 연락을 해야 할까,
자기가 계모와 이야기를 해볼까 하루종일 고민한다.
그날밤. 선생님에게 학생이 건 전화가 울린다.
"선생님...또 귀신이 나왔어요...제가 귀신을 죽여버린 것 같아요.
피를 막 흘려요."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한 학생. 전화를 끊은 학생은
선생님이 오고 있는 동안 자신이 방금 막 찔러죽인,곤히 잠자고 있던 계모에게, 자기 손으로 귀신 가발을 씌우고 소복을 입힌다.
정당방위로 위장해 계모를 죽이려고, 이 모든 일을 꾸몄던 학생은,
흉측한 귀신의 가발을 손에 든채, 깔깔거리며 웃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