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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을 들고 다니는 아이
♨인생뜨끈♨ 2011-10-23     조회 : 7967
"으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그리곤 그 자세로 굳은 체 몇초간 정적을 유지하며 누워있었다.

눈을 뜸과 동시에 이제까지 내가 보아오던 배경과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뿌옇게 밝아오는 시야,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 주위 배경들.

옅은 얼룩이 군데군데 묻어있는 아주 익숙한 느낌의 벽지.

아아.. 그렇군.

내방의 천장이다.




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역시 꿈이었던 것이다.

햇살이 창문을 비집고 들어와 내 눈을 간질이고 있다.

한창여름이라 그런가, 아침인데도 매미소리는 줄기차게 들려온다.

무심결에 얼굴과 목 언저리를 만져보았다. 식은땀이 흘러 질퍽하게 젖어있다.




찝찝한 기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꽤나 사나운 꿈자리여서 그런걸까. 푹 자고 일어난 것 같지 않게 몸이 찌뿌둥하다.

마치 누군가 내 몸위에 올라타고 있는 듯한 느낌처럼.




목이 마르다. 난 갈증을 느끼며 방문을 나섰다.

부엌으로 걸어가며 아직까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상들을 편집하고

삭제하느라 무진 애를 써야 했다.



상상하기 싫은데 자꾸 상상이 떠오를때의 그 더러운 기분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정말 망치로 머리를 찍어버리고 싶을 만큼 내 두뇌가 증오스럽다.

꿈... 빌어먹을 꿈.

몇일째 계속되는 그 빌어먹을 꿈 때문에 요즘 생체리듬이 말이 아니다.




몇일 전 부터였던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언젠가 꿈속에서 나는 학교에 있었다.

왜 학교에 있었는지는 모른다. 꿈속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렇듯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장소에, 깨고 나서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의 의지완 상관없는 행동을 할 때가 많으니까.

어쨌든 난 학교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새카만 한밤중, 달빛도, 별빛도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칠흑의 어둠 속에서

난 복도를 걸어가다 한 소녀를 만났었다.


하얀 피부에 나풀거리는 원피를 입은 조그마한 꼬마여자아이.

그 여자아이는 복도 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울고있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온다면, 대부분은 놀라서 도망가거나, 아니면 숨겠지.

한밤중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의 복도에서 꼬마아이가 울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런 점에서 이 엿 같은 꿈속 상황이 현실과는 다르다는 점이 두 가지나 발견된다.

첫째는 내가 그런 상식적이고도 이성적인 행동을 하기는커녕,

그 소녀에게 천천히 다가갔었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도대체 그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떻게 그 꼬마아이가 원피스를 입었는지, 쪼그리고 앉아있는지 알 수 있었냐는 것이었다.



내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소녀의 어깨가 움찔 한다.

그 소녀는 울음을 멈추고 겨우 어깨를 들썩이며 끅끅 하는

눈물 삼키는 소리를 내고 있다.


-꼬마야, 왜 여기서 울고 있니?


역시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입에선 그 꼬마아이를 걱정하듯

부드러운 말투가 튀어나온다.

그 꼬마아이는 여전히 쪼그리고 앉은 채 고개를 푹 떨구고선 말한다.


-인형이 망가졌어.


순간, 착각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꼬마아이의 목소리는 뭔가 이상했었다.

꿈속이었지만 그거 하나만큼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분명 목소리 자체는 어리지만.. 마치 몸 속에 독을 키우고 잇는 듯한

처녀귀신처럼 그 여린 목소리 안에는 왠지 모를 어른인 듯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위험하다고 느끼는 내 의지와는 달리 꿈속에서의 나는 여전히

그 꼬마에게 말을 걸고 있다.


-내가 어떻게 도와 줄 방법이 없을까?

-도와 줄 수 있어?

-그럼


그러자 그 소녀는 언제 울었냐는 듯 흐느끼는 듯한 느낌이 완전히 사라진

목소리로 앙칼지게 말했다.


-그럼 내 인형의 팔다리 찾아내


그리고 그 순간 내 손에 쥐어진 것은 팔 다리가 떨어져나간,

보기만 해도 3일동안 재수가 없을 것 같은 징그럽게 생긴 바비인형이었다.

빨간 눈동자를 쉴새없이 이리저리 굴리며 날 훑어보고 있었고,

그 눈동자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혓바닥으로 할짝 할짝 핥으며

켈켈 거리듯 날 보고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내 의지와 꿈속에서의 나 자신이 일치하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난 헉 하는 비명을 지르며 인형을 집어 던져버린 것이었다.

그 인형은 켈켈거리는 웃음소리를 내며 어둠 저편으로 사라져 버리고,

난 놀란가슴을 진정시키느라 헉헉 거리며 숨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난 아까 그 인형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기괴한 소녀의

몰골을 보게 된다.

내가 인형을 집어던지는 그 순간, 앉아서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잇던

여자아이는 고개를 홱 쳐들어서 날 정면으로 노려보는 것이었다.


-내인형.. 버렸어? 내인형 버렸어??


그리고 그렇게 얼어붙은 나에게

소녀는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 순간에서야 난 왜 그 소녀가 쭈그려 앉아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 소녀는 다리가 없었던 것이다.


상반신을 질질 끌며 나에게 다가오는 그 소녀의 얼굴.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주위 배경과 똑같은 완벽한 어둠이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난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게 되는 것이다.





........


무슨 꿈이 이렇게 시시하냐고?


학교에서도 이 얘기를 했더니 친구들이 한 소리다.

젠장, 그게 한번으로 끝나면 무섭지나 않지.

문제는 그 뒤 부터였다.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 보니 아침이었고,

난 학교에 갈 준비를 하느라 가방을 챙길 준비를 했다.

한참을 정신없이 교과서와 문제집을 책가방속에 넣고 잇는데,

가방속에 들어간 내 손가락 끝에서 뭔가 이질적인 감촉이 전해져왔다.

직사각형의 책모양의 감촉이 아닌, 뭔가 둥글둥글한 느낌..


직감적으로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난 그 동글동글한 것을 잡아서 꺼내보았다.





세상에....



그것은 그 전날 꿈속에서 본 그 인형이었다.


피가 흐르지 않을 뿐이지, 소름끼치도록 똑같은 빨간 눈동자.

저게 정말 인간이 지을수 있는 입모양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크게 벌어진 채

히죽이죽 웃고 있는 듯한 입모양,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팔다리가 없는 것까지 한치 틀림도 없이.





















무더운 날씨와 달리, 언제나 냉장고 속은 시원하다.


여름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냉장고 속에 들어있는 물병들이

정말 부러워 질 때가 있다.

난 물병을 꺼내 입에 갖다 댔다.


차가운 액체가 목젖을 지나 식도를 넘어가면서

밤새 꽉꽉 눌린 듯한 뭔가가 뻥하며 뚫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요즘들어....


매일 그 꿈을 계속 꿈에 따라,

조금씩 난 내 자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같은 내용의 꿈을, 잘때마다 꾸는 것 만큼 끔찍한 일이 또 있을까.


거울을 봐도 내 눈자위가 예전과 달리 움푹 들어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꿈 내용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다른 것은 다 같은데..


마지막에 소녀가 나에게 기어올때의 그 소녀 얼굴이

흐릿하지만 꿈을 꿈에따라 조금씩 나에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치 모래속에 파묻힌 시체가

바람에 의해 모래가 날아감에 따라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 처럼.




....


비유가 너무 조악한가?


아무렴 어때, 이해만 되면 됐지.




















해가 짐에 따라 난 조금씩 침울해진다.

이제 곧 밤이되면 난 다시 잠이 들겠지.

그럼 여지껏 꾸던 그 끔찍한 꿈을 다시 처음부터 자세하게 꾸게 될 것이다.


훗, 어쩌면 오늘 꿈에선 그 소녀의 얼굴을 완전하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하면 난 자조섞인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잠을 안자는 방법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임시방편일 뿐이었고, 잠에는 장사 없다고 했던가.


아마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그 소녀의 말 대로 인형의 팔다리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겠지.



첫 번째 꿈을 꾸고 난 다음,

난 인형의 팔다리를 찾기 위해 미친 듯이 학교를 뒤졌다.


미술실의 석고상 뒤, 음악실의 피아노 건반 안, 과학실의

해부용 개구리의 뱃속...


하루에 하나씩 그런곳에서 나는 왼팔, 오른발, 오른팔을 찾아내었고,

그 기간동안은 꿈을 꾸지 않았다.


하지만 왼쪽 발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고,


그 결과가 바로 이거다.


매일같이 꿈속에서 날 닦달하는 소녀와

그 끔찍한 꿈을 매일 꾸고 있는 나.



오늘로 그런생활이 벌써 일주일째다.

일주일간의 여유를 준다고 했었나..?




그래, 될대로 되라지.












현관문 벨 소리가 울린다.


시장에 장 보러 가셨던 어머니께서 돌아오시는 소리다.


난 인터폰으로 바깥을 내다보았다.


역시 어머니께서 양 손 가득 시장바구니를 짊어든 채 문 앞에 서 계신다.


현관문을 열어드리며 말했다.


"그냥 열쇠로 열고 들어오지 그래요"

"얘는, 이렇게 짐이 많은데 어떻게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오란 거니?"


시장바구니를 넘겨 받으며 난 잠시 할말을 잃었다.

저렇게 짐이 많은데 내가 문 열어드릴때까지 기다리는게 더 힘들지 않을까..

그냥 잠시 바구니는 땅에 놔두고 열쇠로 여는게 나을텐데.

















"들어오면서 보니 현관에 붙인 부적이 많이 낡았더구나.

별로 미관상 좋지도 않고, 그냥 떼어버려야겠다.

식사도중, 난데없는 어머니의 말씀에 난 처음엔 영문을 몰랐다.


"부적이요? 엄만 그런거 별로 안믿으셨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그런건 왜 신경쓰세요?"

"엄마가 그런거 별로 안좋아 하는거 잘 알잖니.

그나저나 너 요즘 안좋은 일이라도 있는게냐?

얼굴이 많이 헬쓱해졌구나."

어머니의 말씀에 난 그냥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그래요,

별로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엄마랑 내일 한번 병원에 가볼래?"

"아뇨, 됐어요.

잘먹었습니다."












내 방으로 올라오며 난 고개를 갸우뚱했다.


별일이군, 종교도 미신이라며 절이나 교회는 얼씬도 안하는 엄마가

갑자기 난데없이 저런 부적에 신경을 쓰다니.

그런데 정말 그렇게 내 얼굴이 수척해졌나?

다른사람들이 느낄 만큼?





난 내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늘 아침마다 보는 익숙한 벽지의 타일 모양이

빙글빙글 어지럽게 도는 듯 했다.




병원이라........


정말 한번 가봐야 되는거 아냐?

계속 이런 생활이 지속되다간 노이로제에 걸리고 말거야.

그리고 엄마한텐 미안하지만 저 부적을 뗄 생각은 없다.

저건 귀신의 출입을 막는 부적이라며 원호가 직접 만들어준 거니까.




그러고보니, 저 부적이 현관에 붙여져 있어서

그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것 일지도 몰라

효력이 발동되는 범위가 어디인지는 원호가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잘됐군,

부적을 떼버리는 척 하면서 이참에 내방으로 옮겨놔야 겠어.


생각을 끝마치자 마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우선 현관문 앞으로 가서 그 부적을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떼어놓은 다음 내 방문 앞에 붙였다.

왠지 좀 든든해 지는 느낌이었다.


엄마는 저런거 별로 보기 싫어해서 늘 떼버리라고 말씀하시지만,

저걸 떼버리게 된다면 꿈속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그 소녀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단 말이야.




왠지 오늘밤은 기분좋게 잘 수 있을 듯한 느낌이었다.


...... 장담 할 순 없지만.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난 꿈속의 그 복도에 서 있었다.

빌어먹을,

부적을 옮겨도 효력은 같구만.


구도 하나 틀리지 않은 복도의 길이와 칠흑의 어둠.


아무리 내가 용을 쓰며 걸음을 멈추려 해도,

내 몸은 내 의지완 상관없이 계속 복도를 걸어나간다.


이윽고, 앉아서 울고있는 그 소녀를 만나고

그 소녀가 내 존재를 알아채고 움찔 하며 눈물을 그칠때까지 난 기다렸다가 묻는다.


-꼬마야, 왜 여기서 울고 있니?


꼬마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인형이 망가졌어.



그리고 당연한 듯이 내 입은 내 의지를 무시하고 다시 묻는다.


-내가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도와줄 수 있어?

-그럼

-그럼 내 인형 팔다리 찾아내.


문득 손을 보니 역시나 그 징그러운 인형이 내 손바닥 위에서

꿈틀대며 날 지켜보고 있다.

난 비명을 지르며 그것을 던져버린다.


그리고 그 순간,


-내인형.. 버렸어? 내인형 버렸어?



소녀의 앙칼진 목소리가 귓전에 앵앵대고

눈 앞에는 바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상반신을 질질 끌며 내게 오고 있다.



왜 이렇게 이 광경은 매일 보는데도 익숙해지지 않는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난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못한다.

이윽고 그 소녀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난 비명을 지른다.


"으아아아아!!!!"






















그런데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팍 하고

뇌리를 스쳤다.


이쯤이면 꿈에서 깰 때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내 의식은

꿈속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소녀는 점점 나에게 다가와서 결국 내 바지를 붙잡고 있었다.

쉭쉭 거리는 듯한 독사의 숨소리.


순간적으로 겁이 덜컥 났다.



이.. 이거 왜이래?

왜 잠에서 안깨는 거냐구?




내가 그렇게 당황하며 정신을 차리려 할 때에도

그 소녀는 거침없이 내 옷자락을 쥐고 서서히 내 몸 위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별로 무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꿈속이라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


하지만 당연히 예상했던 결과가 아닌 다른 결과가 이어질 때,

인간은 이성적으로 평정을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난 거의 패닉상태에 빠져 이젠 여기가 꿈인지 현실인지도

구분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징그럽게 옷자락을 잡고 기어오르는 이 소녀를 뿌리치고 싶었지만

가위라도 눌렸는지 온 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순간,


나는 내 눈높이까지 올라온 그 소녀와 서로 마주보게 되었다.















엄.. 마.?




놀랍게도 그 소녀의 얼굴은 엄마였다.


난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역시 꿈이라 이런거지?


이젠 다 좋으니 제발 좀 깨어났으면 좋겠는데..

엄마, 나 좀 깨워 줘요

하지만 그 말은 목구먹에서 맴맴 돌 뿐,

난 여전히 얼어붙은 채 엄마를 마주보고 있다.


하지만 예상외로 의외의 엄마 얼굴이 소녀의 얼굴로 겹쳐 나오자

난 그나마 진정 할 수 있었다.


최소한 공포영화에 나오는 귀신들의 얼굴들 보다는 훨씬 친근감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잠시후,

나는 내 생각이 오산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날 보며 히죽 웃었던 것이다.



"부적을 떼서 네 방에 숨겨놓으면 내가 못들어갈줄 알았니?"




무슨.. 소리야..?

..!









순간 망치를 머리로 맞은 것 같이 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톱니바퀴 굴러가듯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꿈을 꾸기 시작한 날짜와

늘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시던 엄마가

나보고 현관문을 열어달라고 하던 그 날짜가 같다.!


오늘 저녁식사때도 엄마는 이상하게 평소엔 신경 안쓰던 부적을 떼버리라고

나에게 말씀 하셨다..

필요 이상으로 부적을 의식하면서...







그리고 그 순간 이 부적을 처음 받았을 때 원호가 나에게 하던 소리가

떠올랐다.


'이건 귀신의 출입을 막는 통제부야,

수호령과 몇몇 고위급 령을 제외한 잡다한 악귀들은

이 부적이 있는 한 네 집에 들어오진 못할거야.

.. 네가 먼저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이상.'













....... 그리고 마지막으로 .


아까 방 안에 들어와서 부적을 방문에 붙이고,

침대에 누워 생각하다가 깜빡 잠이 든 것이 생각났다.





.. 방문을 열어둔 채로.



난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어.. 엄.....


-왼쪽 발은 못찾았지?


엄마의 소름끼치는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곧 이어 어디서 나타났는지, 커다란 식칼이

내 왼쪽 허벅지를 후벼파기 시작했다.


금세 살이 패이고 피가 베어나오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악!!!


아프다!


몸은 움직이지 않는데 고통은 너무 극심해서

미칠것만 같았다.


커다란 식칼은 금새 내 허벅지를 걸레처럼 만들어놓았고,

허벅지 뼈를 긁는 듯한 까드득 거리는 소음만을 내고 잇었다.



그리고 그 소음과 함께 깔깔 거리는 듯한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제발, 제발 이젠 이 꿈에서 깨고싶었다.

















대체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난 가위눌림을 풀고 눈을 떳다.




"헉... 헉....."


숨이 가빴다.

너무도 사실감나는 꿈이라 그런걸까.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녹초가 됐다는 걸 이럴 때 쓰는 표현인가보군.

피곤이 몰려오고, 안도감이 느껴졌다.





손을 내밀어 다리쪽을 만져본 나는 확신했다.





이젠 해방이다.


다신 그 소녀도, 인형도,


내 꿈속에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내게서 왼쪽 발을 받아냈으니까....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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