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들은 이야기들입니다. 몇가지는 이미 유명할지도 모르겠네요.
이야기들은 제가 부대에 있을때 저의 선임이 해준 이야기입니다.. 그분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서술하겠습니다...
1.
저희 부대는 뒤쪽에 절벽을 끼고 있습니다. 절벽 아래엔 평상바위라고 불리는 넓고 편평한 바위가 있고요.
옛날에, 부대에 고문관 (제대로 하는것도 없고 골칫덩어리) 한명이 신병으로 들어왔습니다.
신병이 일도 못하고 어리바리하니, 선임이 그 신병을 항상 괴롭히고 갈궜다고 합니다.
군대에서는 매일밤 잠을 안자고 불침번을 서는데, 공교롭게도 둘은 함께 불침번을 섰다고 합니다.
당연히 선임은 신병에게 모든것을 맡기고 잠만 잤지요.
이런 날들이 계속되자, 신병의 분노는 폭발해버렸습니다..
어느날, 불침번을 서던 그는 자고있는 선임을 총으로 쏴 죽이고, 절벽으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는 평상바위 위에 떨어져 처참하게 죽었습니다..
그 귀신은 계속 평상바위 위에 누워있다고 하지요.
이 이야기는 부대 내에서 전설처럼 계속 이어져왔습니다..
입대한지 얼마 안된 어느날...
그날은 훈련을 하고 복귀하는 길에 평상바위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선임 한분이 문득 그 전설을 이야기하더군요. 그러더니 바위 위를 만져보라고.. 귀신이 만져질거라고..
우리는 장난삼아 바위 위를 만져보기로 했고, 당시 이등병이었던 제가 등을 떠밀려서 바위 위를 만져보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은근히 겁이 나더군요. 그래서 차마 손으로 만져보진 못하고 고개를 돌린채로 총대로 바위 위를 일자로 쭉 훑었습니다.
당연히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지요...
전 안심하고 선임을 보면서 씩 웃었지만, 그 순간 저희 부대원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갔습니다...
부대에 복귀한 뒤, 저는 선임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왜 다들 도망갔느냐고..
그랬더니 선임이 정말 아무 느낌 없었느냐고 묻더군요.
알고보니 총대로 바위 위를 훑었을 때, 바위 위를 일자로 지나지 않고 둥글게..
그러니까 마치 총대가 언덕을 넘듯이 지났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2.
갓 병장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입대시즌이라, 저희 내무반에도 신병이 몇명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친구는 어쩐지 매일매일 피곤한 얼굴을 하고있었습니다. 자는 시간은 모두 똑같은데, 유난히 힘들어보이더군요.. 잠을 거의 자지 않는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그친구들이 적응을 할 무렵이었죠.
하루는 잠을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머리를 톡톡 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며칠이나 계속 그런 느낌을 받으니 잠을 깊게 자는 편인 저도 신경이 쓰이더군요... 이런 일이 1주일쯤 계속되었고, 전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그 신병이 돌아다니면서 병사들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짜증이 있는대로 난 저희들은 그 신병을 불러다가 야단을 쳤지만, 그는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더군요..
알고보니, 그 신병에겐 몽유병이 있었습니다.. 밤마다 돌아다니니 항상 피곤한 모습이었던 것이죠.
그친구는 매일 수박밭 한가운데에서 수박서리를 하는 꿈을 꿨다고 합니다..
수박을 먹으려고 돌아다니면서 통통 두드려보았지만, 수박들이 하나같이 덜익어서 먹지 못했다고..
그때는 모두 웃으면서 지나쳤고, 그 신병도 치료를 받아 더이상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수박이 익었더라면...
군대에서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어찌나 무섭던지.... 지금도 글 쓰면서 소름이 쫙 돋네요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