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간격과 간격 사이가 동그랗다
시린 꽃등이 흠뻑 젖은 햇살을 털어낼 때 나무와 나무는 거리를 잰다
출근길 지하철 신도림역 라일락꽃 짧은 치마가 사람들과 간격이 좁아져도 당신과 나의 수평은 뜨겁다
숱한 달빛이 숲을 걸어오면 빛 쪽으로 기우뚱한 가지를 일으키는 것 나무는 바람의 방향으로 되돌아오는 습성을 가졌다
숲에 도객이 들었다 헝클어진 머리칼, 수많은 잎이 화염으로 불탄다
한 시절이 지나고 출렁이는 간격들 구름에 닿은 나뭇가지가 하얀 뿌리를 허공으로 뻗는다 구속하지도 않는 사이와 사이는 두텁다
끝내 버티는, 무변의 간격
- 양현주, 시 '사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