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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sicker2002 2019-11-18     조회 : 256

사십(四十)

 

나태주

 

1

 

이제부터는 내리막

비탈길이다.

빠른 걸음으로 가야 하는 길이다.

가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버리면서 버리면서

가야 하는 길이다.

 

2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

갖지 못하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걸

누리지 못하는 건

섭섭한 일이다.

 

더구나 남들이 다 버리는 걸

버리지 못하고 사는 건

답답한 일이다.

 

3

 

물은 흘러간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지며 흘러간다.

 

물은 울며 간다.

내가 버리지 못하는 것을

버리며 울며 간다.

 

그러나 물은

외톨이라는 점에서

나와 같다.

 

4

 

모든 사람으로부터 받는 찬사는

찬사가 아니다.

동지로부터 받는 찬사도

찬사가 아니다.

그것은 욕설이요 소음이요

낭떠러지로 가는 눈먼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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