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인간의 능력 중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 더 경이롭다고 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기억이라고 생각해요.
기억의 능력, 한계,
기복에는 인간의 그 어떠한 지적인 능력보다도 더욱 불가해한 뭔가가 깃들어 있어요.
기억이란 때로는 그처럼 한없고, 유용하고, 우리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가도,
또 때로는 한없이 나약하고 혼란스럽기만 하고,
또 어떤 때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제멋대로 굴기도 하죠.
물론 모든 면에서 우리 인간의 존재는 기적이라 할 수 있지만,
특히 기억하고 망각하는 우리의 능력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경지를 벗어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