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처럼 꽃비 내립니다. 인디언 달력에는 3월을 ´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 이라 했습니다.
봄인가 하면 다시 3월에 함박눈을 맞기도 하고 다시 겨울인가 하면 금빛햇살에 눈이 시립니다. 막 도착한 그대의 체온이 담긴 이메일......심장이 떨려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오렌지 빛의 도심의 거리......15층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함께 걸었던 한강로 산책길 그리고 덕수궁 돌담길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깊어가는 4월의 밤 녹턴의 나직한 호흡소리를 들으며 그대를 찾습니다. 치명적인 그리움은 몸보다 마음 먼저 그대 계신 그곳으로 달려가, 배를 띄우고 건너가려고 했지만 오늘은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나 밀물이 되어 이곳에 왔는데...... 아마도 물때가 맞지 않아 그대는 썰물이 되어 이미 나가버린 것 같습니다. 알몸을 드러내고 열리지 않는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우고 또 지워도 햇살처럼 다시 쏟아지는 지나간 추억이 눈앞에 물결 되어 춤춥니다. 마치 만삭인 목련꽃 봉우리가 몸을 푸는 것 같습니다. 부풀다 터진 눈부신 햇살 조각도 새색시처럼 호흡하는 대지와 뒤엉키며 뜨겁게 입맞춤 합니다. 그리움도 꽃이 되어 그립다고 고개를 쳐듭니다. 못 견디는 그리움을 끌어다 놓았으니 기다림이 잉태했겠죠.
내 팔에 기댄 그대에게 난 묻고 싶었죠. < 왜 나를 사랑 하냐고 >
말하기도 전에 목이 멥니다. 그대는 대답 대신 늘 말없이 끌어안아 주셨죠.
바다 속 보다 깊디깊은 그대 마음 그것이 나를 그대 곁에 오래도록 머물게 하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숙명의 인연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만나면서 서로를 향해 흔들리며 잎이 피는 무화과나무처럼 얼마의 시간이 흐르면 그대와 나 서로의 흰 뿌리에 닿을 수 있을까요? 이제는 그대 물결에만 흔들리는 파도가 되고 싶습니다. 이제는 그대 바람에만 미소 짓는 꽃이 되고 싶습니다. 댓잎같이 푸르게 소나무처럼 당당하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데...... 완전히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난 그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대 때문에......그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나뭇잎에 흔들리듯......중심 잡지 못하는 나, 그대 없는 오늘 밤 이렇게 흔들립니다. 곁에 있다가 없으니까. 보이다가 안 보이니까 정말 미칠 것 같습니다. 오늘따라 가득합니다. 당신의 향기가......밀물처럼 밀물이 되어 가득 차 오릅니다. 내 안에 저 혼자서 흐드러지게 피는 꽃...... 어찌합니까? 온통 그대 생각에 짓물러 터져 떨고 있는 그리움의 꽃다발을 어찌합니까? 지금 창밖은 4월의 잔인한 바람에 못 이겨 눈보라치듯 꽃잎이 날립니다. 곧 만나겠지요. 그대를...... 그대와 나 사이의 짧은 이별이 서럽지만 긴 만남이 기다려집니다. 그대 향해 처음 문을 열 때보다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그대를 기다리는 것이 더 두렵고 떨립니다. 오늘도 치명적인 외로움과 두려움에 휘청거리며 어김없이 사랑의 미친 취객이 되어버린 나 이제...... 어찌합니까?
김정한신간에세이- 토닥토닥 힘내세요! 당신 -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