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선가 생명 타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까맣게 변해가는 모양에서 우리의 존재를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살아남겠다고 숨어 있어도 어디에선가 우리의 목숨은 짧아지고 해는 기울기 마련 서늘한 그림자는 끝내 따가운 햇살을 피하지 못한다
꽃피는 계절이 있음에 눈 내리는 계절도 있는 법이다 어디에선가 꿈처럼 먼 곳이라 불리어지던 무덤이 내 영혼이 쉴 곳임을 어찌 아니라고 부정 할 것인가 어서 오라 손짓하며 기다리고 있음을 내 알아야한다 포근한 엄마 품속 같다는 고향은 그래서 더욱 슬픈 곳이다
오늘도 뒤척이며 옅은 잠을 자고 일어나 기다리는 삶의 눈치를 보며 걸어가야 하지 않는가 이미 우리들의 청춘은 세월에 굴복하였기에 늙어 간다는 말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이다 가지고 있던 지혜도 누구보다 빠르다는 눈치도 차츰차츰 퇴색되어 보이는 사물까지 희미해질 것이다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 인생 여정을 늘릴 수 있는 재주는 없다 지금도 우리의 마음은 용감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좋은 지혜를 가졌다 해도 새로운 것에 익숙하지 못할 나이 파도가 깎아버린 조개껍질처럼 하얀 모래로 잊혀 질 나이 우리를 지켜주고 살아가게 하던 것들이 자꾸만 낯설어지는 나이 정신은 아직도 말짱한데 알아주는 이들이 적어진다
우린 영원의 새로운 출발을 기억해야 한다 떠날 준비를 차분히 해야 하는 것이다 생각이 마비될 때쯤이면 지금 것의 습관에서 벗어나야한다 우리의 생명을 부르는 소리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저무는 시간이면 생명 타는 소리에 환호하는 우리는 잎새가 땅위에 구르다 흙으로 돌아가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구름이 흐르고 강물이 흐르면서 우는 소리는 외면해 버렸으니 우리들의 생명 타는 소리는 영영모르는 것이다 저 먼 곳 우리들의 고향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