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나는 정원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나비의 누에고치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다가가서 보니 고치의 한쪽에 작은 구명이 뚫리면서 나비가 막 빠져나오려 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신비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무 아래 서서 숨 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나비는 천천히 그 작은 입으로 고치집을 헤집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나비가 밖으로 다 나오려면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나비가 빨리 나오도록 누에고치에 대고 따뜻한 입김을 불어주었다. 온기를 받아 나비의 작업이 한결 쉬워지게 하기 위해서였다. 나비는 갑자기 따뜻해진 기운을 받아 얼른 고치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나비는 나오자마자 내 손바닥 위에서 죽고 말았다. 나비가 고치집을 빠져나오는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한 나의 성급함이 나비를 죽게 만든 것이다. 나는 기다림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그 순간에 깨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