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들고 노인에게 질문했다.
여성 : 저희 부모님은 소위 나쁜 아빠, 나쁜 엄마입니다. 아버지는 매일 술을 드셨고, 어머니를 때리시기까지 하셨습니다. 전 그 모습을 자주 보며 성장했고요.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저에게 푸셨습니다. 절 붙잡고 자주 아버지 비난을 하셨고, 아버지 같은 남자를 절대 만나지 말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하셨습니다. 하지만 전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저에게 다정한 분이셨고, 오히려 아버지를 멀리 하신 건 어머니란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인 : 그런 힘든 일이 있었구먼. 그래서 문제는 뭔가?
여성 : 행복하지 못하겠습니다.
노인 : 행복할 수 없다고?
여성 : 예. 뭘 해도 자신감이 없고, 뭘 해도 즐겁지 않습니다. 남자친구를 사귀어도 재미가 없고, 돈을 써도 재미가 없습니다.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인 : 내가 되묻고 싶은 것이 있네. 행복하면 안 되는가?
여성 : 그렇지 않습니다.
노인 : 그럼 행복하게 지내면 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여성 :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 때문에 행복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노인 :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군. 그런데 자네에게는 지금 행복해선 안 되는 이유가 있어. 인간은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거든. 어린아이들을 생각해보게. 길에서 날아다니는 작은 나비 한 마리에도 깔깔거리며 웃지 않는가. 하지만 자네가 그렇지 못하다는 건 그 능력을 발휘하면 안 된다는 거야.
여성 : 그건 부모님 때문이 아니란 말씀이신가요?
노인 :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원인은 중요하지 않아. 부모님 때문이든, 친구 때문이든, 자네 스스로 만들어낸 망상 때문이든, 원인은 중요하지 않아. 더 중요한 건 지금 이 자리에서 왜 행복하지 못하냐는 거야. 행복을 떠올려보게. 무엇이 상상되는가?
여성 :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생각납니다.
노인 : 지금부터 아이처럼 웃고 떠들면서 뛰어다니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해보게.
여성 : 엄마에게 미안합니다.
노인 :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여성 : 엄마는 계속 아빠 때문에 힘들고, 지금도 고생하며 살고 계십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웃고 살 수 있겠습니까?
노인 : 본인의 행복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구먼. 그런데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겠는가.
여성 : 맞습니다. 죄책감입니다. 엄마는 오늘도 절 붙잡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전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고, 해드릴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아빠에게도 미안합니다. 전 아빠가 좋은데 한 번도 아빠의 편을 들어드릴 수가 없습니다. 아빠 편을 들면 엄마가 상처받으실 게 훤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