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주저앉거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아직 많은 길이 남아 있었지만 나 혼자서 훌쩍 갈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노인들에겐 지팡이가 되어 함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가려운 데는 긁어 주고 상처난 데는 감싸 주면서 함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함께 길을 가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의 책상과 걸상을 기억하는지요? 못이 빠져 나가 기우뚱거리던 책상과 앉으면 곧 뭉개질 것 같은 걸상. 한 학급에 그런 부실한 책걸상이 두세 개쯤은 꼭 있게 마련이어서 재수없게 그 자리에 앉은 아이는 하루 내내 불안하게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모습이 그랬습니다. 도처에서 빠져 있던 못들로 사회의 각 분야는 삐걱거렸고 그 위에 안타까이 서 있던 우리는 언제 무너질지 몰라 가슴이 조마조마했던 것입니다. 이때 나는 세상에 태어나 이로운 못 하나 박은 적 없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불평과 불만에 가득찬 음성으로 서로를 탓하기만 했지 정작 망치와 못을 들고 반듯하게 고쳐 놓으려는 사람은 드물었던 것입니다. 초등학교 때의 책걸상이야 관리하는 아저씨가 고쳐 주셨지만 지금의 삐걱거림을 고칠 사람은 우리밖에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