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과 불만 군자는 어찌하여 늘 스스로 만족하며 소인은 어찌하여 언제나 부족한가 부족해도 만족하면 늘 남음이 있고 족한데도 부족타하면 언제나 부족하네 여유로움을 즐긴다면 족하지 않음 없지만 부족함을 근심하니 언제나 만족할까 때에 맞게 순리 따르면 또 무엇을 근심하리 하늘 원망하고 남 탓해도 슬픔은 끝이 없네 내게 있는 것을 구하면 족하지 않음이 없지만 밖에 있는 것을 구하면 어찌 능히 만족하리 한 표주박의 물로도 즐거움은 남아돌고 값비싼 진수성찬으로도 근심은 끝이없네 고금의 지극한 즐거움은 족함을 앎에 있고 천하의 큰 근심은 족함을 모름에 있도다 진 이세가 망이궁서 베개 높이 했을 젠 죽도록 즐겨도 부족할 줄 알았었지 당현종이 마외파에서 길이 막혔을 땐 다시 태어난다 해도 부족하다 했었네 필부의 한 아름도 족함 알면 즐겁고 왕공의 부귀도 외려 부족하다오 천자의 한 자리도 족한 것은 아닐진대 필부의 가난은 그 족함 부러워라 부족함과 족함은 모두 내게 달렸으니 바깥물건 어찌하여 족함과 부족함이 되리오 내 나이 일흔에 궁곡에 누웠자니 남들이야 부족타해도 나는야 족해 아침에 만 봉우리에서 흰 구름 피어남 보노라면 절로 갔다 절로 오는 높은 운치가 족하고 저물녘엔 푸른 바다 밝은 달 토함을 보면 가없는 금물결에 안계가 족하도다 봄에는 매화 있고 가을엔 국화 있어 피고 짐이 끝없으니 그윽한 흥취가 족하고 책상 가득 경서엔 도의 맛이 깊이 있어 천고를 벗삼으니 스승과 벗이 족하네 덕은 선현에 비해 비록 부족하지만 머리 가득 흰 머리털, 나이는 족하도다 내 즐길바 함께함이 진실로 때가 있어 몸에 책을 간직하니 즐거움이 족하도다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보아 능히 자재로우니 하늘도 나를보고 족하다고 하겠지. - 송익필(1534~159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