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날더러 진솔하다고 하셨습니다. ˝투명합니다. 진솔하군요.˝ 나는 당신이 내린 정의가 칭찬인지 비방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고백하지만 나는 별로 솔직한 편이 아닙니다. 감추고 싶은 것은 감추고, 숨겨야 위신이 설 것 같으면 숨깁니다. 나는 내 결점과 실수, 누추함과 허술함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무진 애를 쓰고 있습니다. 감추고 숨겨서 잠시라도 내 체면을 지키려고 그렇게 하며, 창피한 것을 면하려고 그렇게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우리는 갑자기 큰 저택을 처분하고 변두리 언덕바지에 있는 작은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나는 친한 동무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질까 봐 학교가 파하면 요리조리 피해서 도망치듯 집으로 오곤 했습니다. 그러나 내 거동을 수상히 여긴 동무들은 어느 날 내 뒤를 밟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 대문 앞까지 와서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 순간 나는 차라리 죽고 싶었습니다. 저녁도 굶고 오래오래 울었습니다. 나는 ´진솔하다´, ´투명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어렸을 적 그때 일이 생각납니다. 내게는 남들에게 나를 근사하고 멋지게, 크고 현란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허영이 있습니다. 또 현실적 처지야 어떻든 정신만은 귀족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기도 합니다. 내가 이런 사람인데도 당신의 눈에 진솔한 사람으로 보인다면-- 그렇다면 그럼 진솔하지 않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떨까 잠시 상상해 봅니다. 숨기고 감추는 일은 사실 피곤합니다. 어렸을 적, 동무들의 눈을 피해 귀가할 때도 나는 공연히 먼길로 빙빙 돌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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