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풍요하면서도 쓸쓸하다는 점에서 모성애와 많이 닮아있다. 봄과 여름이 합일을 최종 목표로 하는 이성간의 뜨거운 사랑을 닮았다면, 가을은 별리를 최종목표로 하는 모성애 같은 계절이다. 한없이 자애롭지만 결국 분리로써 완성되는 쓸쓸한 사랑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사방에서 이별의 소리가 들려온다. 말 못하는 초목들조차 가벼이 손을 흔들며 이별을 단행한다. 어떤 나무는 벌써 나체로 서서 저 매서운 동토와 찬바람을 홀로 맞을 태세를 하고 있다. 성급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때쯤이면 누구나 자신을 돌아보고 불현듯 나이를 떠올려 보게 된다. 그리고 쓸쓸함에 젖는다. 사람들은 나이가 사람 안의 불꽃을 꺼뜨린다고 생각한다. 괴로움을 네 몸처럼 귀하게 여기라는 말이 있지만 이 가을, 외로움을 네 몸처럼 귀하게 여기라고 말하고 싶다. 외로움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향기로운 아픔이다. 진실로 외롭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으랴. 모든 창조가 외로움을 태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