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애리조나 주의 투산에 있는 한 모텔에서 나와 함께 점심식사를 할 때만 해도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무명 배우였다. 나는 지방 신문의 스포츠 칼럼니스트였는데, 아놀드와 하루를 보내고 나서 자매지인 일요판 잡지에 그에 대한 기사를 쓰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아놀드와 보낸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는데, 점심식사를 하던 한 시간 가량이었다. 나는 취재 노트를 펼쳐 놓고 식사 중간중간에 기사에 필요한 질문들을 해 나가다가 한 번은 지나가는 투로 이렇게 물었다, ˝보디 빌딩을 그만 두셨다는데 앞으론 뭘 할 생각이세요?˝ 그러자 그는 사소한 여행 계획을 얘기하듯 소곤소곤 말했다. ˝저는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가 될 겁니다.˝
나는 놀란 티를 내지 않으려고 무척 애썼다. 왜냐하면 그의 초기 영화들은 그다지 그의 가능성을 보여 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의 오스트리아식 억양이나 무시무시한 근육도 관객들을 단박에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유감스럽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늘씬하고 균형잡힌 지금의 아놀드가 아니라 근육도 훨씬 투박하고 체격도 거대했다. 그러나 나는 이내 그의 나직한 말씨에 익숙해졌고, 내친 김에 무슨 수로 할리우드의 톱스타가 될 거냐고 물었다.
˝원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이미 다 이룬 것처럼 사는 거지요. 그리고 비록 상상이지만 이미 다 이루고 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쓸모없어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겠죠.˝ 순간 터무니없는 소리처럼 들리는 그 말을 나는 그대로 받아 적었고 절대로 잊지 않았다. 예상대로 아놀드는 수년 뒤에 톱스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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