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치서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 ˝여보, 점심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
해외출장 가 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와 집으로부터 탈출하려 집을 나서는데 양푼에 비빈 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릎 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위에 올려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품새다.
˝언제 들어 올 거야?˝ ˝나가봐야 알지.˝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갔다 이제 와?˝ ˝어. 친구들이랑 술 한잔.... 어디 아파?˝ ˝낮에 비빔밥 먹은 게 얹혀 약 좀 사오라고 전화했는데...˝ ˝아... 배터리가 떨어졌어. 손 이리 내봐.˝
여러 번 혼자 땄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투성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