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화ㆍ연상법은 기억력의 ‘친구’… 스트레스ㆍ과음은 ‘독약’
자영업을 하는 박모(40ㆍ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씨는 수 개월 간 기억력 때문에 자주 부부싸움을 벌여 최근 병원을 찾았다. “거래처 사람과 ○월 ○일 만날 약속이 있다”고 아내가 서너 번씩 말했음에도 약속을 펑크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너무 바쁘니 잊어버릴 수도 있지’ 하고 쉽게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나중에는 아내에게 “그런 얘길 들은 기억이 없다”며 우기면서 버럭 화를 내기까지 했다. 서너 차례 그같은 일이 반복되자 거래처에까지 신용이 깨졌고 급기야 정신과를 찾았다.
병원을 찾지 않고 평상시 기억력을 좋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기억법, 기억력에 좋은 생활습관과 식생활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 효과적인 기억법
전문가들은 “기억을 잘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습관은 반복”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반복 자극하면 두뇌의 해마에서 시냅스(신경세포가 연결되는 부위)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평균적으로 20일이 지나면 기억한 내용의 80%를 망각하는데 이 기간이 되기 전에 반복학습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설도 있다. 가령 오늘 기억해야 할 일이 있었다면 1시간 뒤 기억을 반복한 다음 자기 전에 다시 기억한다면 거의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기억법들을 제시한다.
▶▶시각화하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의 두뇌는 좌우측으로 나뉘어져 있고 언어와 시각을 관장하는 뇌는 상반된다. 따라서 좌반구와 우반구를 동시에 사용한다면 그 중 하나만 사용하는 것보다 기억효과가 훨씬 더 증진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얼굴을 기억할 때 그 사람의 헤어 스타일이 어떻더라, 누구를 닮았더라 등의 말을 붙여 놓으면 훨씬 기억이 오래 간다. 또 어떤 지명 10개를 외울 때에도 단순히 10개를 외우는 것보다는 지도상 위치를 생각해 가면서 외우는 것이 훨씬 쉽다. 다소 추상적인 내용이라도 그림이나 도표, 약도 형식으로 이미지화시키면 더 기억하기 좋다.
▶▶여러 감각을 활용하라
기억대상의 시각적 내용(문자)을 청각이나 운동자극(입술이나 혀, 손의 운동) 등을 활용해 공감각화하면 기억하기 좋다. 혼자말로 중얼거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어떤 특정한 향수 냄새를 맡으면 그 향수를 항상 뿌렸던 여인(또는 남자)이 기억나는 것은 후각(嗅覺)중추가 단기기억을 조절하는 변연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서를 활용하라
기억할 때 사용하는 중요한 책략 중의 하나는 연상(聯想)이다. 연상이란 A를 보면 B가 생각나는 식이다. 집에 도착하면 어떤 일을 꼭 해야 하는데 잊어버릴 것 같을 때, 가지고 다니는 가방에 끈을 매달아 놓거나 휴대폰이 울리게 해 놓으면 집에 도착했을 때 그 일을 기억해 낼 수 있다.
▶▶불필요한 것을 외우지 말자
컴퓨터의 메모리가 한정되어 있는 것처럼 인간 뇌의 기억력도 어느 정도 용량이 한정되어 있다. 특히 작업기억의 용량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쓸데없는 것을 입력하지 않는 것도 더 필요한 것을 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기억력 증진을 위해 전화번호를 100개 이상 외우기도 하는데 이것이 기억력을 증진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기억 장소를 차지하여 정작 필요한 기억을 못하게 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