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이코노미스트 “수입 늘어난다고 행복하진 않아” 수입 증가와 행복은 비례하지 않으며, 타인과 자신의 수입을 비교하는 것이 불행의 지름길이란 이론이 제기됐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사람들은 왜 수입이 늘어나도 그만큼 더 행복해지지 못하는가(Why don´t rising incomes make everybody happi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런던 정치경제대학(LSE·London School of Economics) 리처드 레야드(Layard) 교수의 주장을 소개했다.
인간은 당연히 소득 증가를 원한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간 이어진 경제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유해졌음에도 행복감 증대는 소득 증가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개인은 수입이 늘어날수록 행복해지지만, 사회 전체가 골고루 넉넉해지면 아무도 과거보다 더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요즘 경제학자들은 국내총생산(GDP) 등 객관적인 경제지표보다는 ‘행복감’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레야드 교수는 심리학·사회학 등을 동원, 수입증가가 행복 증대로 자동 연결되지 않는 이유를 대략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 이유는 ‘개선된 생활 수준에 빨리 익숙해지는 것(habituation)’ 때문이다. 사람들은 높아진 생활 수준에 금방 적응하기 때문에 소득 증대로 인한 ‘생활수준 향상’을 이내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향상’이 주는 만족감은 곧바로 잊혀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0년 전 중앙관리식 난방은 사치품으로 간주됐으나, 오늘날에는 ‘필수품’이 돼 버렸다는 것.
두 번째 설명은 사람들은 항상 ‘타인과 비교’하는 습성을 가졌기 때문이란 것이다. 하버드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연봉 5만달러를 받고 다른 사람들은 자신보다 50% 적은 월급을 받는 경우 또는 연봉 10만달러를 받고 타인은 자신보다 월급을 2배 더 받는 경우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자, 대부분이 5만달러 연봉을 선택했다. 즉 절대액이 많은 쪽보다는 타인보다 많이 받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세 번째 설명은 ‘여가 부족’이다. 사람들은 타인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으려고 하고, 잔업이 늘어난다. 그 결과는 ‘즐길 시간’ 감소다. 앞서 실시된 하버드대학생들에 대한 조사에서 타인에 비해 2배 정도 긴 2주간의 휴가 타인이 8주 휴가를 즐길 때 자신은 4주의 휴가를 간다는 두 가지 상황을 제시하자 대부분이 후자, 즉 4주의 휴가를 선택했다. 즉 사람들은 수입은 ‘상대적’인 것을, 여가는 ‘절대적으로’ 기간이 긴 것을 선호한 것이다.
이 같은 조사를 토대로 “정부의 궁극적 목표가 국민의 복지(=행복) 극대화라면, 현재의 공공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세금은 수입과 여가를 왜곡시킨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과도한) 세금이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잔업보다는 정시 귀가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레야드 교수는 수입보다는 여가시간이 행복 증대에 직결되므로 과세를 통해 과도한 초과 노동을 억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