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보는 곳마다 꽃 피어나는 봄의 한가운데 갇힌 하루입니다. 꽃은 피어나며 피어나서, 갈 데 없이 나를 가둡니다
꽃이 나를 가두는 건지, 내가 꽃을 가두는 건지, 내 몸 깊은 데까지 꽃빛은 파고들어 내가 꽃인지, 꽃이 나인지,
이러다가는 나도 몰래 나 혼자 쓸쓸히 꽃 피겠어요. 이런 날 나 혼자 꽃 피긴 싫어요. 나 혼자 꽃 피긴 죽어도 싫지만, 나 혼자 견디기 힘들지만, 꽃 피기 전에 올 수 없다면... 그대여, 꽃 지기 전에도 올 수 없다면 고개 들어 잠시, 먼 나를 보셔요 꽃 보며 스치는 그 많은 생각 중에서 내 생각에 머무셔요. 머무는 그 순간에 내가 꽃 피겠어요.
꽃들이 나를 가둬, 어디에도 갈 수 없어 봄날 꽃빛 아래 앉아 꽃편지로 물듭니다. 그리운 안부를 묻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편지를 씁니다. 꽃의 언어로 그리움을 씁니다.
꽃송이 뭉클뭉클 피어오르는 아침, 내 몸 깊은 데까지 꽃빛 파고들어 3월은, 만개하는 중입니다.
꽃피는 봄날입니다. 꽃피는 3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