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웬 농부 하나가 오성과 한음을 찾아왔다. “도련님들, 소문에 두 분이 신동이시라는 말을 듣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부디 제 억울한 사정 좀 해결해주십시오.” 농부는 코가 땅에 닿을 듯 머리를 조아리며 간청했다. “억울한 사정이 있으면 관청의 사또께 찾아가야지 왜 우리를 찾아왔지?” 한음이 말했다.
“사또께 찾아가야 해결되지 않을 일이기에 도련님들을 찾아왔습지요.” “그래? 도대체 무슨 일인지 들어보기나 하지.” 오성은 농부에게 사연을 말해보라고 하였다. 그러자 농부가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며칠 전, 농부의 아내가 들판을 가다가 소변이 너무 급한 나머지 길옆에서 용무를 보았다.
그런데 용변을 본 곳이 하필 그 마을의 세도가인 황 대감네 밭 옆이었고, 마침 황 대감이 그 길로 지나가는 중이었다. “이런 무식한 것이 있나? ·남의 밭에다 함부로 소변을 보다니, 이런 고약한 계집 같으니!” 황 대감은 예전에 정승을 지낸 세도가로서 자기 집 밭에다 오줌을 눈 것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길길이 날뛰었다.
자기 집 안방에다 오줌을 눈 것도 아니고 길바닥에다, 더구나 거름이 필요한 밭에다가 잠깐 실례를 한 것뿐인데도 늙은 대감은 이만저만 성을 내는 게 아니었다. 그만큼 마음보가 뒤틀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늙은 구렁이 같은 대감이 이 일을 그냥 넘길 리가 없었다. 황 대감은 농부의 집에 일 잘하는 황소가 한 마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이야기는 뻔한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