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귀찮음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려운 시대에 절망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허망해져 버리기는 또 얼마나 쉬운가. 한때는 나도 허무의 뭉게루름 엷게 흩뜨리며 우아하게 도피하고도 싶었다.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얼마간 귀찮음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희망은 수첩에 약속시간을 적듯이 구체적인 것이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쓰레기를 치우는 것처럼 구차하기까지 한 것이지만, 나는 그저 이 길을 걷기로 했다. 비록 너무나 짧은 엎드림으로부터 나온 상투적인 결론이라 해도, 나는 이 붓을 멈추지는 않으리라. 나 자신을 믿고 나 자신에게 의지하며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하면서, 고이는 내 사랑들을 활자에 담으리라. 가슴이 아플까 봐 서둘러 외면했던 세상의 굶주림과 폭력들과 아이들을 이제는오래 응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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