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놀던 큰애가 울음을 터뜨리며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엄마! 친구들이 우리집 가난하다고 놀려! 방 하나 있으면 가난한 거야? 엉!” 하는 아이의 작은 두볼을 타고 눈물이 뚝뚝 흘렀다. 순간 가슴이 탁 막히며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IMF 때 남편 사업이 부도나고 훈장이나 되는 양 빨간딱지가 곳곳에 붙었다. 쫓겨나다시피 몇 가지 옷만 챙겨 아이와 만삭의 몸으로 이곳 서울에 왔다. 남편의 무능력이 야속했지만 넋 놓고 앉아 있는 것조차 사치인 듯싶어 부른 배를 안고 한손에는 아이를 붙들고 다니며 식당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다행히 남편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 주었다. 밤이 되면 손발이 퉁퉁 부어 너무 힘들었지만 단돈 천 원이 아쉬운 터라 쉴 수도 없었다. 아이스크림 사 줄 오백 원이 없어서 다른 아이들 먹고 있을 때 먹고 싶을까 봐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게 했다. 둘째아이를 낳고 남편과 나는 고정직으로 취직도 되었고 이제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되는데 요즘 큰애는 킥보드며 로봇, 자동차를 사 달라고 졸라 댄다. 다른 친구들은 다 있는데 난 왜 없느냐며….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며 아이와 약속을 했다. 이 다음에 혼자 자도 무섭지 않을 때 그때 꼭 방 많은 데로 이사 가자고.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으로 말했다. ‘큰애야, 행복할 때 가정을 지키는 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어렵고 힘들 때 서로를 지켜 주는 게 진짜 가족이라는 것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엄마도 이제야 깨달았으니까. 엄마는 서로를 아껴 주는 이 힘이 우리 가족을 지켜 주리라 믿는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