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쟁터에 갔을 때는 겨울이었다. 나는 처음에 끊임없는 사격 때문에 흥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에 환멸을 느꼈다.
전에 나는 왜 인간이 어떤 이상을 위해서 살지 못하는가를 많이 생각해 보았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많은 사람들, 아니 모든 사람이 이상을 위해서 죽을 수 있음을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이고, 자유스럽고, 스스로 선택한 이상이어서는 안 되고, 공동적으로 받아들여질 이상이어야 했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서 나는 내가 인간을 과소 평가했던 것을 알았다. 임무와 공동의 위험이 그처럼 그들을 단일화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 있는 사람과 죽어가는 사람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운명의 의지에 가까이 가는 것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 굉장히 많은 사람이 공격 때 뿐이 아니라 그밖의 경우에도 약간 광기를 띤 굳고도 아득한 시선을 갖고 있었다. 그 시선은 목적 같은 것에는 전혀 무관심하고 거대한 운명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있는 듯한 눈길이었다. 그들이 무엇을 믿고 무엇을 생각하든지 간에- 그들은 각오가 되어 있었고, 유용했으며, 그들로부터 미래가 형성되어지고 있었다. 세계가 전쟁과 영웅주의와 기타 낡아빠진 이상을 향해 응결되어 있으면 있을수록, 또 가상적인 인류의 음성이 그만큼 멀고 비현실적으로 들리면 들릴수록, 그 모든 것은 전쟁의 외부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에 관한 질문과 마찬가지로 다만 피상적인 것에 불과했다.
깊은 곳에서 무엇이 생성되고 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인류와도 같은 무엇이었다. 나는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었고 그 중의 많은 사람이 내 옆에서 죽어갔다- 그들은 증오와 분노와 살해와 파괴가 그들 자신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대상도 목적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우연한 것이었다. 가장 원시적인 감정조차도 적에게로 돌려지지 않았다.
그 피비린내나는 작업은 새로운 탄생을 위해서 광분하고 죽이고 파괴하는 분열된 영혼과 내부의 발로에 불과했다. 거대한 새가 알에서 뛰쳐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알은 세계였다.
세계는 파괴되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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