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고 싶다 -김주화-
가을은 보름달이다 여백 없이 가득 찬 풍요로움이 대지 위에 넉넉함을 새기며 곳간의 뒤지처럼 서로의 마음들을 여유롭게 한다. 가을은 엄마의 몸이다 잉태한 임산부가 정성을 다하듯 만삭의 몸이 되어
세 생명을 출산하는 엄마처럼 알알이 익어간 열매를 출산한다. 가을은 멋진 모델이다 초록의 옷 한 벌 과감하게 버리고
원색의 다양한 디자인 눈치채지 못하게 갈아입고 워킹에 나선다. 가을은 지혜의 샘이다 시련과 아픔으로 품은 자식들 그들의 미래를 위해 미련 없이 떨어뜨린다
화려한 의상도 돌아보지 않고 벗어 버린다. 채우고 비워가는 가을의 삶 비워야 채워지는 진리를 깨닫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