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안 -김종해-
나는 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습니다. 오오, 말할 수 없는 우리의 슬픔이 어둠 속에서 굳어져 별이 됩니다. 한밤에 떠 있는 우리의 별빛을 거두어 당신의 등잔으로 쓰셔요. 깊고 깊은 어둠 속에서만 가혹하게 빛나는 우리의 별빛 당신은 그 별빛을 거느리는 목자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요. 종루에 내린 별빛은 종을 이루고 종을 스친 별빛은 푸른 종소리가 됩니다. 풀숲에 가만히 내린 별빛은 풀잎이 되고 풀잎의 비애를 다 깨친 별빛은 풀꽃이 됩니다. 핍박받은 사람들의 이글거리는 불꽃이 하늘에 맺힌 별빛이 될 때까지 종소리여 풀꽃이여…… 나는 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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