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 임재화-
이제, 더는 버틸 수 없기에 가끔 불어오는 찬바람에
여린 마음을 실어서 낙엽되어 삶을 마감합니다.
이렇게 몸과 맘을 아름답게 버릴 수 있음을 감사하고 또다시 새봄을 기다리며 이제는 기쁜 마음으로 사라지렵니다.
어느새 싸늘한 바람 때문에 으스스 떨며 몸 가눌 수 없고 매일 아침 세상을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으며 피어나는 안갯속으로 고운 향기를 만추(晩秋)에 날려보냅니다.
희붐한 새벽녘에 한바탕 기적을 울리고 덜커덩거리며 달려나가는 철마(鐵馬)가 더는 태울 수 없는 깊어가는 가을의 스산한 몸짓 같습니다.
아아~~ 이제 더는 버틸 수도 몸부림칠 수도 없고
버리고 비우고 내던져야만 하는 애잔한 가을날 사라져야만 하는 낙엽이여 그리고 만추(晩秋)의 슬픈 몸짓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