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은 그대에게 -도종환-
어제까지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필요로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 했고 곁에 있었습니다
저녁 노을의 그 끝으로 낙엽이 지는 것을 바라보고 서 있는 당신의 그림자 곁에 서서
사랑하고 미워하는 일이 바람같은 것임을 저는 생각합니다
웃옷을 벗어 어께 위에 걸치듯 견딜수 없는 무거움을 벗어 바람 속에 걸치고 어두워오는 들 끝을 걸어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저는 끝까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랑을 잃은 그대여 당신 곁에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이 지금 당신 곁에 없어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별빛 하나쯤은 늘 사랑하는 이의 머리 위에 떠 있듯
늦게 까지 저도 당신의 어디 쯤엔가 떠 있습니다
더 늦게 당신을 사랑하면서 비로소 나도 당신으로 인해 깊어져감을 느낍니다
모든 이들이 떠난 뒤에도 저는 당신을 조용히 사랑합니다 가장 늦게까지 곁에 있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