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 좋은 날 -김영근-
기다림의 뒤에 오는 것은 사람이든, 비든, 눈이든, 꿈이든 반갑고, 달콤하다 순간의 찰나일지라도.
가락국수처럼 쉼 없이 뽑아지는 비의 향연에 더위에 지쳐 잊어버렸던 그리운 얼굴이나, 삶의 여유가 선물처럼 가슴 속으로 배달되어져 한동안 우리의 영혼을 풍족하게 하며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에 잠기는 순간
비에 젖은 나무들이 목말랐던 시간들을 추억으로 되돌리며 자신의 나이테를 굵게 생의 비망록에 새기며 진지해지는 순간
우산을 쓰고 가로수 사이를 걷고 싶어도 나무의 온전한 목축임을 위해 마음을 접고 나무와 함께 생의 갈증을 해소시키는 순간 비가 내려 좋은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