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안고 가며
-이효녕-
들꽃이 지고 난 뒤
혼자 그 들길을 걸어
꽃씨가 영그는 가난한 마을
내 세월 거기서 잠든다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바람
자욱한 산안개 나뭇잎 흔들어
모두 하늘 덮는 날
혼자서 훌쩍 커버린 잡초 앞에
가물어 마른 내 세월
고요한 눈빛으로 기다리는
삭발 여승 낮 달로 뜬 날
햇볕이 언뜻 그늘진
내 세월 안에 마련한 작은 언덕
내 언제 거기서 떠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