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애교를 부리고 붙임성 있게 대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남을 속이려는 것이다. 마법의 비약을 쓰지 않고도 사람들을 마법에 걸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 모자를 단정히 쓰고 점잖고 우아하게 고개를 끄덕여 가볍게 인사만 해보여도 어리석은 사람은 매료되어 버린다. 그들의 예의바른 행동이 그의 허영심을 들뜨게 한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덮어놓고 아무에게나 붙임성 좋게 대하며 빚을 지고도 갚으려고 하지 않고 그럴 듯한 변명으로 꾸며대어 얼렁뚱땅 넘어가 버리곤 한다. 무슨일이든 쉽게 약속하고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일도 없다. 그들에게 약속 따위는 어리석은 사람을 속여 넘기는 덫에 지나지 않는다.
진심이 우러난 예의바른 행동에는 경의를 표해야 하지만, 겉치레를 하는 예의에는 남을 속이려는 책략이 숨어 있다. 붙임성이 지나치게 많을 때에는 상대방을 좋게 생각하거나 공경해서가 아니라 무언가 자기 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이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재산에 머리 숙여 인사하고 아첨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훌륭한 인격에 감복하여 마음속으로 우러러 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을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발타자르 그라시안 어록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