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부서지는 저 만큼에 네가 있다 그 날 내가 모질게 떼어놓고 돌아 선 고단한 얼굴이 있다
해마다 겨울 바다에 서면 숨죽여 숨어 있던 낡은 기억이 요란한 기적 소리 울리며 내 마음의 끊어진 철로를 이어 밟으며 위태한 몸짓으로 돌진해 온다
부드러우나 날카롭게 일어서는 발톱, 상채기 하나 내지 않고도 거뜬히 내 가슴을 휘휘 헤쳐놓는다
흰 눈 나부끼는 겨울 백사장 위로 붉은 꽃잎처럼 산산이 흩어져 우는 난감한 내 영혼 사랑의 속성(屬性)!
언제쯤일까, 아프지 않게 너를 기억할 수 있을 날이 추억의 해안에서 너를 반겨 맞을 수 있을 그 날이 오히려 너의 안위(安危)를 걱정할 수 있을 그 날이
언제쯤일까, 너의 너무 싸늘한 감촉 발끝에 와 닿아도 밀어내거나 당기지도 않고 휩쓸고 지나면 지나는 그만큼 조용히 바라볼 수 있을 그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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