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가까이에는 통조림 공장 과수원 가까이에는 마을 한때 마을에는 사람의 아들에게 연애편지를 쓰던 호랑 가 살았네 우편배달부는 지난날 전쟁으로 실해되고 편지가 든 가방만이 과수원 나무 에 매달려 있네 과수원 가까이에 사는 여자들은 공장에서 일을 했네 머리카락이 떨어질세라 흰 머리수건을 쓰고 여자들은 밤에도 낮에도 일을 했네 물과 피로 이루어진 생산기계 공장은 삶은 과일들의 자궁 여자들의 힁 손이 양수 속을 헤엄쳐다니네 과일에 박힌 씨앗을 도려내고 토막토막 잘라서 끓는 설탕물 속으로 집어던지네 거대한 화덕 위 씨앗 없는 과일들이 설탕물 속에서 쏘다니고 우우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과수원 나무에 매달린 주인 없는 가죽가방 속에서 오래된 문자로 쓰여진 편지가 지상으로 떨어지네 내 짐승의 자궁을 받아주어요. 누군가 공장의 그늘 아래 에 멈추어 서서 늙은 연인에게서 온 편지를 읽었네 공장이 문을 닫은 지도 오래되고 이곳이 먼 훗날 바다가 될는지 바다가 생겨서 물고기들이 낡은 공장의 들보 사이 를 걸어다닐지 알 수없네 ♥ 허 수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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